부모가 비정규직이면 자녀 78%도 비정규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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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부모가 비정규직이면 자녀도 비정규직일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비정규직으로 일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정규직 전환은 어려워지고 실업상태가 될 확률이 높았다.

 12일 김연아 성공회대 대학원 사회복지학 박사는 ‘비정규직의 직업이동 연구’라는 논문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녀가 비정규직으로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부모의 고용 형태가 자녀에게 세습된다는 조사가 나온 건 처음이다. 2005년 이후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한 만 15세 이상 근로자 중 2년 이상 경제활동을 한 부모와 자녀 1460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논문에 따르면 정규직 부모의 자녀가 정규직으로 처음 입사한 비율은 27.4%, 비정규직 입사 비율은 69.8%였다. 반면 부모가 비정규직이면 자녀의 정규직 비율은 21.6%, 비정규직 비율은 77.8%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부모를 둔 자녀의 비정규직 비율이 정규직 부모를 둔 자녀보다 8%포인트 높은 것이다.

 김 박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절이 세대 안에서 그치지 않고 자녀의 직업적 지위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 고 말했다.

 또한 김 박사는 비정규직으로 오래 일할수록 정규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경험이 정규직 전환의 디딤돌이 아닌 덫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비정규직 근로자 39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정규직으로 시작한 근로자가 1년 동안 비정규직으로 일할 확률은 68.5%이고 31.5%는 비정규직에서 벗어났다. 이들 중 정규직으로 이동한 비율은 15.8%, 실업 상태가 된 경우는 13.3%, 자영업 비율은 2.4%였다. 반면 2년 차 이후 정규직 전환 비율은 10.2%(2년 차), 8.1%(3년 차) 7.9%(4년 차)로 줄어들었다.

김 박사는 “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이 심해지고 비정규직 세습이 나타날 정도로 왜곡됐다”며 “고용 안정 차원에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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