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 딛고 공학박사 된 청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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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교통사고로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은 20대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바늘 구멍을 통과하기 보다 어렵다는 공무원 시험에도 합격했다. 13일 한남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는 김영혁(28·대전시 서구 둔산동·사진)씨 얘기다.

 김씨는 중학교 3학년 때인 2001년 6월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승용차에 치였다. 사고 순간 함께 있던 친구들이 병원에 신속히 알려 목숨은 건졌지만 하반신이 마비됐다. 9개월 간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았다. 그는 “학업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어머니의 말에 따라 병원에서 학교를 오가며 공부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친구들과 같은 학년을 유지하고 관계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고등학교 3년 내내 아들을 등하교시켰다. 친구 2명은 학교에서 김씨의 손과 발이 됐다.

 어릴 때부터 부품을 조립하는 등 컴퓨터를 좋아하고 기계 다루는 데 소질이 있던 김씨는 2005년 한남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다. 고등학교 때 그를 도왔던 친구 2명도 같은 학과에 진학했다. 강의실을 이동할 때나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도 친구들이 휠체어를 밀어주고 책도 찾아줬다. 학교 측도 김씨가 휠체어 이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공대 건물의 모든 엘리베이터에 거울을 설치했다. 휠체어를 타고 정면으로 엘리베이터에 들어가고 뒤로 나오는 데 거울이 없으면 불편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국가공무원 7급 특채시험에 합격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정부대전청사 조달청에서 나라장터 운영과 관련한 전산시스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김씨를 지도했던 이재광 교수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뜻을 이룬 제자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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