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름, 억지가 많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언제부터인지 우리주위에서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이 부쩍 늘고있어 퍽 다행스런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말 이름이 생소하게 나타나기 시작할때, 한글학회등에서 이런운동을 벌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어느새 우리주위에서 우리말 이름이 점점 익숙해져 있고 또 서울대학교 국어학생운동회에서 우리말 이름 장려를 위하여 『고운 이름 자랑하기』라는 대회를 열어 그 뜻을 심으려는 의도는 퍽 반가운 일이 아닐수없다.
사실 우리민족은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훌륭한 민족이요, 우리글이 만들어져 있는 문화국민인데도 남의 글을 빌어 우리이름을 쓴다는것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수가 없다. 이런 의미에서 볼때 서울대 국어학생 운동회의 이런뜻은 오랫동안 기억될것이다. 그런데 이번 열네번째 고운이름 자랑하기에 선보인 좋은 이름들을 보면 이해가 어려운것들도 많이 있다.
원래 이름이란 우리말로 지어진것뿐만아니라 모든 이름이 부르기좋고, 듣기좋고, 또 한번 이름을 들으면 오래 기억될수있는 여운이 남는것이 좋은 이름일것이다.
이번에 고운 이름으로 뽑힌것을 보면 비록 홀륭하고 재치있는 우리말로 이루어진것이라해도 못마당한 구석이 많다. 한결같이 한(큰), 아름다운, 슬기로운등 이런 이름만 배열된것 같고 성씨와는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고있다. 더구나 형용사의 첫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어처구니 없는 좋고 고운이름도 있다. 우리글은 뜻글자가 아니고 소리글자이므로 소리자체에서 느끼는 이미지가 중요하다.
이번 이름의 예를보면 김슬옹(술기롭고 옹골차다), 새내(새로난 시냇물), 박예슬(예쁘고 슬기로운), 다슬(슬기롭게 다스려)등이 있다. 이건 마치 대학가나 특정세계의 은어를 방불케한다. 가령 『라보떼훌』이 라면으로 떼워도 훌륭함, 『개발아』는 개성있고 발랄하고 아름다운이라는 따위의 성질과 비슷하지 않은가. 이름이라는것은 은어가 아니기 때문에 객관성이 있어야한다. 과연 『김슬옹』을 슬기롭고 옹골차다는것인지, 슬쩍하다가 옹골지게 당한놈인지 그것은 해석하는자의 의도에 달렸다. 이것이 과연 좋은 이름인가! 아무런 뜻도없고 듣기조차 거북한 이름을 고운 우리이름이라니 그 뜻에 너무 동떨어져있는 느낌이다.
더우기 이런 이름들을 두고 독창성 운운하는것은 언어도단이다. 학문을 연구하는대학에서 이런식으로 한글이름을 오도해간다면 우리말 이름보다 오히려 한자나 영어를 써서 그 뜻을 빛내는것이 훨씬 좋지않겠는가. 아무쪼록 횰륭한 뜻으로 시작한 것이니만큼 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지켜져서 우리의 아름다운 이름이 이땅에 널리 심어지기를 바랄뿐이며 말의 강조를 위해 특정이름을 예를 든것에 대해서는 그뜻에 대해서 공박한것이지 그 이름자체에 대한 비난은 아니었음을 말하고싶다.
조용남<부산지방병무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