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차 운전사 참사 막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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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사일 추진체를 싣고 가던 사고 차량 운전자 박성수씨가 터널 안 510m 지점에 트럭을 세운 것은 이날 오후 2시16분쯤. 운전석 방향 뒤쪽 2개의 바퀴 중 안쪽 타이어가 갑자기 펑크가 났기 때문이다. 차에서 내린 박씨가 뒤타이어를 살펴보자 갑자기 연기가 치솟기 시작했다. 운전석으로 달려간 그는 소화기를 꺼내 불을 끄기 시작했다. 뒤따라오던 미사일 추진체 수송 트럭의 운전기사도 이를 보고 소화기를 들고 달려왔다.

그러나 타이어에 붙은 불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불을 도저히 끌 수 없다고 생각한 박씨는 뒤에 밀려 있던 차량 운전자를 터널 밖으로 대피시켜야겠다는 생각에 정신없이 내달렸다.

뒤쪽으로 밀려 있는 100여 대의 차량 사이를 뛰어다니며 "대피하라, 대피하라"고 외치고 다닌 것이다. 그를 본 운전자들이 하나둘씩 차에서 내려 터널 진입 반대방향인 창녕 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73명은 차들 두고 그대로 대피했다.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사람들을 본 터널 입구 쪽 운전자들도 후진하는 등 차량을 빼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불은 트럭 전체로 번지기 시작했다. 터널 안에 있던 운전자들이 대피하는 데 걸린 시간은 5분 남짓이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달성소방서 박호영(56.소방장)씨는 "운전기사가 터널 속에 있던 다른 운전자를 재빨리 대피시키지 않았다면 엄청난 참사가 났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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