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복수<74·무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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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매사에 감사하고 열심히 일하라.
여복수씨(74·무직·서울증산동131의24)는 평생을 이 같은 교훈에 충실하게 살아왔다. 욕심 없이 노력만큼의 댓가에 만족하면서 일에 몰두하는 것을 생활의 즐거움으로 여겨왔다.
그래서 건강하다. 여씨는 자신이 평생 잔병치래 한번 하지 않은 것을 건강한 농부로 태어났고 늘 정직한 농부로 살기로 노력해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0년 전 자식들의 권유로 고향을 떠나 도시로 옮겨온 후에도 늘 일하는 즐거움만은 꾸준히 지켜왔단다.
「시골에서는 조반 먹고 쉬기 위해 물아래만 내려서도 벌레 먹은 포도잎이고 떨어진 멍석 등이 눈에 뛰어 손이 가니 자연히 생활자체가 훌륭한 전신운동이지요. 그러나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땐 할 일이 없어 무척 답답하더군요. 천성이 움직이고 일하는 것을 좋아해 경로당이나 복덕방의 노인들과 어울리기도 싫구요.』
그래서 손수 할 수 있는 일로 찾은 것이 정원가꾸기. 침구정리와 방 청소를 손수한 후 마치 일터에 나서 듯 정원으로 나간다. 잡초를 뽑고 나무를 다듬고는 1백평되는 정원 구석구석에 물을 뿌리는 일 등 모든 일이 즐겁단다.
2시간 남짓 정원을 돌보는 것이 자신의 나이로 보면 작지 않은 일감이라는 것. 여씨의 손은 아직도 농사짓는 손처럼 거칠다.
여씨는 또 건강유지를 위해 매일 4km정도는 꼭 걷는다. 동네의 골목길을 산책하거나 웬만한 거리는 꼭 걸어다닌다. 덕분에 아직까지는 갑자기 체력이 떨어지거나 잔병에 걸리는 일이 없었단다.
한가지 나이가 들면서 달라진 것은 환갑을 지낸 후로는 식사량을 의식적으로 줄인 것. 매끼에 한 공기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 소화기관에 무리한 부담을 주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란다.
『건강한 몸을 지녀 노후에도 자식들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것이 일생의 가장 큰 복』이라고 말하는 여씨는「이를 위해 욕심 없이 늘 일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임을 체험을 통해 알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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