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환자는 믿음 유지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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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환자의 고통을 치유해야 하는 의사로서 일이 제대로 안될때는 간혹 회의의 수렁에 빠질때가 있다 이러한 회의가 깊어져 감내하기 어려워질 때마다 미국유학시절의 「에트겐」교수를 생각하며 마음을 가다듬곤 한다
뉴욕에 있는 「슬로언-케터링」암센터에서 임상면역학과장으로 있는「에트겐」교수는 첫인상에서 느끼는 차가움과는 달리 인자하고 조용하신 분이다.
그러나 일단 암환자의 치료에 있어서는 무자비하게 철저해 계획된 치료, 검사 및 평가를 완벽하게 해내도록 요구한다.
처음에는 환자를 너무 실험동물 취급한다는 비난도 했으나 점차 그분의 환자에 대한 사랑과 집념을 진실로 이해하게 됐다.
『암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항상 우리를 믿고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감사해야한다. 왜냐하면 환자의 고통을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인생에서 배우고 있으니까.』
「에트겐」교수의 이 말에서 나는 환자에 대한 경건과 겸손을 배웠고 암에 도전하는 학자로서 하나의 나침반을 얻은 것이다.
환자에게 가장 고통과 불안을 주는 암을 치료하는데 있어 의사와 환자간에 믿음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면서도 실제로는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면에서 「에트겐」교수는 모범적인 실례를 보여준 것이다
아직까지 완벽한 치료법이 없는데다 간혹 환자의 무리한 요구에서 생기는 갈등에 빠질 때 「에트겐」교수의 겸허하면서 진지한 태도를 연상하고는 지금도 병상에서 고통과 불안에 떠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조그마한 희망이라도 줄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다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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