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륜 아들 목졸라 살해한 어머니에 징역 5년 선고…1심 3년보다 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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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지역에서 자가 아파트를 소유한 민모(47)씨는 성실하고 자상한 성품의 남편, 두 아들과 살고 있는 평범한 주부였다. 술만 마시면 흉기로 가족을 위협하고 난동을 부리는 큰 아들(21)만 없다면 모든 게 완벽했다. 정신병원에 입원시켜도 큰 아들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부모에게 욕설과 폭언을 일삼는 등 패륜적 행동이 더 심해져갔다. 민씨는 심한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얻었다.

지난해 2월 18일 그는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전날 폭력사건으로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석방된 뒤 아버지와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한 아들은 “밥 먹다가 (아버지를) 흉기로 찌를뻔했다” “다 죽여버리겠다”고 중얼거리며 또 다시 흉기를 들고 거실을 서성거렸다. 아들이 잠들자 민씨는 거실에 우두커니 앉아 아들을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잠자는 아들의 손·발을 묶고 테이프를 입에 붙인 뒤 목을 졸랐다.

6개월 뒤 민씨에 대한 1심 재판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배심원 9명 중 7명이 범행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는 점을 들어 징역 3년을 평결했고, 재판부가 그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은 “원심 양형이 가벼워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강영수)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민씨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5년에 처한다고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희생과 사랑으로써 누구보다 마지막까지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어머니가 오히려 피해자를 냉정하게 살해한 것은 법률을 떠나 상식으로도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씨에 대해 “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고 주부로 지내면서 2012년에는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할 정도로 의지와 지적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술에 취하면 가족을 위협하는 위험한 행동을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대부분 폭언을 하는 데 그치고 가족에게 치명적인 상해를 입힌 일은 없던 것으로 보인다”며 “술에서 깨면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반성할 줄 알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향의 21살 젊은이였다”고 제시했다. 이어 “보호와 양육의 대상인 자녀를 살해하는 것에 대해 더욱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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