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참패 만회한다고 나라 흔들 구상 말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사실 재.보선은 후보보다는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강하다. 인재 풀로 보자면 권력을 쥔 여당이 야당보다 우위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올해 치른 두 차례의 재.보선에서 여당이 영패했다. 이는 국민의 집권세력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다. 노 대통령이 책임을 당에 떠넘기지 않고 자신의 탓으로 돌린 것은 바람직한 자세다. 스스로 잘못을 인정했으면 먼저 해야 할 일은 국민이 등 돌린 이유를 찾는 것이다. 그 바탕 위에서 국정 운영의 방향을 제대로 바꿔야 할 것이다.

'경제도, 외교도 잘했는데 국민이 몰라준다'는 자세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경제가 어렵고 실업자는 넘쳐나고 빈부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는데 정권은 정치게임에 정신이 팔려있는 것으로 국민은 보고 있다. 이것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국민의 현 정권에 대한 인식이다. 그렇다면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게 최우선 국정과제가 돼야 한다.

노 대통령이 지난번 '대연정' 구상과 같은 정치적 꾀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대연정의 후속타로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승부수나 조기 개헌 공론화를 모색해서도 곤란하다. 남북정상회담 같은 것에 매달리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나라를 흔들어 탈출구를 찾으려는 것은 국민에게는 재앙이다.

노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2년4개월이 남았다. 갈 길이 멀고도 멀다. 얼마든지 실정을 만회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국민을 상대로 정치 도박을 할 게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국정 운영을 해나가는 것이 사태 해결의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