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식때 서있는 아이 끌고 간 어머니|김종상<서울유석국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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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늦은 오후, 시장 골목에서였다. 장바구니를 든 어머니가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급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애국가가 들려왔다. 가까운 곳에서 하기식이 있는 모양이지만 바쁜 시장사람들은 누구 하나 그런 일에는 무관심이었다.
『엄마, 하기식이야.』
어린 아이는 걸음을 멈추었다.
『얘는? 바쁜데 어서가자.』
어머니는 아이의 손을 끌어당겼다. 그러나 아이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어머니를 힐끗 쳐다볼뿐 그대로 서서 애국가에 귀를 기울였다.
『애두, 여긴 시장이야. 학교가 아니란 말이다. 돌아봐라, 너처럼 하는 사람이 어디 있니? 사람이란 좀 융통성이 있어야해.』
어머니의 말이었다.
나는 여기서 학교 교육이란 것을 생각했다. 학교에서는 교통 질서를 말해도 거리에선 차선 위반과 건널목 무단 횡단을 하는 어른들을 보고, 공중 도덕을 가르쳐도 피서지나 유원지의 무질서와 바가지 요금과 어른들의 자기중심적인 생활 태도를 수없이 보면서 아이들은 자란다.
방학이 되어 통제적인 학교생활을 벗어나 가정과 사회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하는 어린이들에게 거리가 아무리 먼지투성이라도 너만은 수은처럼 먼지 묻지 않게 굴러다니라고 할수 있을까.
어쩌면 고답적이고 폐쇄적이라고 할수 있는 것이 학교교육이라면 사회는 참으로 현실적이고 흥미로운 현장학습의 장이다.
방학중 그 넓은 현장학습에 뛰어든 아이들에게 우리 어른들은 과연 무엇을 보여주고 배우게할 것인가를 생각해본다.
학교에서 익히고 교과서를 통해 배운 지식이나 가치관이 사회적 행위의 척도가 되고 모범이 되어 귀하게 평가받을 때만이 우리가 기대하는 사회정의는 찬란히 꽃피게 될 것이다.
사회전체가 학교이고 우리들 모두가 선생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할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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