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중국 김치, 통상 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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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국내에서 중국산 식품에 대한 유해성 시비가 잇따르면서 중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불만은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발표가 있던 21일 최고조에 달했다. 외교 경로를 통해 "발표를 늦춰 달라"는 요청을 했는가 하면, "우리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뜻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 실무자 사이에서는 조치를 취할 대상 품목까지 언급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들은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은 아니다" "구두로 밝힌 의견에 불과하다"며 중국 측 입장을 확대해석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또 "2000년과 달리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해 있어 일방적인 보복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중국산 식품 위해성 시비가 또 다른 무역분쟁으로 이어져서는 안 되지만 지나친 낙관도 금물이다. 2000년에도 정부는 WTO 가입을 앞둔 중국이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보란 듯이 뒤엎었다.

중국산 장어.맥주.김치 등에 대해 위해성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는 곧바로 해당 식품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국민 건강을 생각한 당연한 조치였다. 그렇지만 중국 측이 문제 삼을 여지를 남겼다. 뒤늦게 검사한 일부 국산 향어와 송어에서도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됐고, 중국산 맥주에서는 유해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나오지 않았다. 이런 과정에서 국내 여론은 중국 정부와 중국산 식품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됐다.

우리가 지금 필요한 것은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이다. 정부는 식품 안전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중국 측에 적극적으로 이해시켜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국 현지 검역도 중국 정부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중국 측 입장에 대한 섣부른 비판은 양국 간 불필요한 감정 싸움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김정수 정책사회부 기자

*** 바로잡습니다

10월 25일자 6면 취재일기에서 뒤늦게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된 것은 국산 장어가 아닌 일부 국산 향어와 송어였으므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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