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광복의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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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광복 38주년을 맞는다.
이날을 맞을 때마다 광복의 감격은 되풀이되지만 그 감격의 강도는 점점 시드는 감이 있다.
그것은 세월의 흐름 속에 묻혀버리는 과거의 기억 같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다. .
그러나 한편으로 시드는 감격은 결코 세월의 조화만은 아닌 것같다. 세월의 경과속에 「광복」의 의미에 대해서 차츰 냉정하게 반성하고 신중하게 생각할수 있게 됨에 따라 「광복」이 결코 진정한 민족의 광복이 아니며 그것이 가져온 감격은 결코 값싼. 감상의 증거만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기 매문이다.
사실 8·15의 광복은 엄밀한 의미에서 한민족 스스로가 쟁취한 민족의 영광이 아니었으며, 그 광복을 수용한 한민족의 태도도 결코 긍지와 책임이 충일한 정당한 태도가 아니었을뿐 아니라 그로써 결과한 남북분단과 대립의 추악한 싸움이 또한 민족적으로 수치와 실망을 가중시킬만한 것이었다는 등이 차츰 우리의 의식가운데 분명히 되기 시작한 때문이다.
일제하 36년이라는 세월은 반만년한민족사에 있어 전례없던 주권상실의 절망적 시대였다. 그것은 우리에게 있어 절망이며 고난이며 암혹이요 무의 시대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 암흑과 무와 절망과 고난을 해소한 광복은 실로 민족에게 감격적인 실체였다.
그 암흑의 시대에 국권회복과 민족재생의. 괴로운 몸부림을 했던 사람들에겐 그 광복의 의미는 한층 무렷한것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감격을 허식과 분식으로 오염시키며 민족이 아닌 개인의 사욕의 기회로서 포착한 사람들이 있었음도 잊어서는 안되겠다.
우리 스스로가 쟁취한 해방이 아니고 열강이 가져다준 타율적 해방이었다는 엄연한 사실로해서 우리는 민족과 국토의 분단이란 불행을 감수해야했고 6·25의 민족전쟁을 겪어야했으며 민주·복지사회의 이상을 수없이 유보하며 정치권력투쟁의 회오리 속에서 신음해야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세월 우려의 고난과 신고는 우리에게 자각과 반성의 한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민족자존에 대한 통렬한 의식이 없이, 민족의 번영과 공동선의 추구라는 대의에 대해 순응하지 않으면서 결코 8·15광복의 감격을 되뇐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인식도 생긴다.
광복은 결코 민족에게 한갓된 감격만을 주고 있지 않다는 인식이 지금 요구되는 것이다.
일제하의 국권상실시대가 민족의 무능과 불의를 참회할 계기였다면 광복이후의 지난 세월은 또 다시 우리민족의 미망과 나태를 징치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깊이 깨달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 점에서 우리가 반토막의 땅덩어리에서 독립을 부지하고 경제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다행스럽고 대견한 일이라고 생각할수는 있을지언정, 완전한 국토통일과 민족통합의 대의앞에 경건하게 자기를 희생하고 헌신할 각오를 늘 다짐해야할 필요를 느낀다.
현상안주의 실리때문에 분단의 논리를 너무 과장할 필요도 없어야겠다.
삶의 평안함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이겠으나 우리가 거기에 연연할때 우리 후손의 지속적인 불행이 있다는 것을 깊이 깨달아야한다.
어렵더라도 또 괴로운 일이라도 이시대의 우리가 감당할수 있는 일이라면 즐겨 그것을 맞아 해결해야겠다는 책임의식과 용기도 필요하다.
민족통일, 국토통일의 대의앞에 민족이 자기의 소리를 희생하겠다고 다짐하는 자각의 촉구다.
그 자각을 기반으로 우리는 민족과 국토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간단없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오늘 기공식을 갖는 독립기념관의 의미도 그점에서 응집되어야한다.
일제의 억압으로부터 해방되어 민족의 독립과 자주를 확인하고 감격한다는 의미에만 짐착할 필요가 없다.
그날의 해방과 광복이 완전한 민족통일읕 가져오지 못했고 오히려. 민족의 분열과 대립과 잔학의 역사를 불러온 것이라면 광복 또는 독립 그자체는 오히려 민족에게 오욕이며 불행이었다는 점을 자각하지 않으면 독립기념관은 무의미한 때문이다.
그것이 호사를 극한 축조물이 되고 민족의 영광을 대변하는 장소가 된다는 것만으론 아무 의미가 없다.
민족의 통일과 국토의 회복을 가져올 민족화합의 상징이며 완전한 민족광복의 실현을 다짐할수 있는 장소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점에서 이 38주년 광복절은 완전한 민족광복의 무거운 과제를 민족 한사람 한사람이 깨닫는 계기가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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