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578. '전향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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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전향적(轉向的)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전향적(前向的)인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등 한자도 '轉向的' '前向的'으로 제각각이다.

왜 이렇게 뜻도 모호한 단어가 한자도 제각각으로 쓰이고 있을까. 일본식 한자어로, 이전에는 쓰이지 않던 것이 우리말에 파고들어 정확한 개념도 없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일본어투 용어 순화자료에도 '전향적'이 일본식 한자어이니 '적극적' 등으로 고쳐 쓰라고 돼 있다. 한자 표기의 혼란은 다른 자료가 '前向的'을 '轉向的'으로 잘못 옮김으로써 생긴 것이다. '轉向'은 '사상 전향' 등처럼 방향을 바꾼다는 뜻이므로 '前向'이 맞다.

'전향적'을 상황에 따라 '긍정적' '적극적' '진취적' '앞서감' 등으로 바꿔 쓰면 의미가 분명해질 뿐 아니라 한자 표기에 혼란이 생길 일도 없다. '전향적'은 일제 36년이 우리말에 남긴 흔적 가운데 하나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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