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레이지아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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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마하티르」수상읕 맞아 서울에서 열리는 한국-말레이지아 정상회담은 이미 폭넓게 진행되고 있는 두 나라간의 우호관계와 경제·기술협력의 확대에 한차례 비약의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남아시아 굴지의 자원부국인 말레이지아와, 자원은 없지만 한발 앞선 개발경험을 가진 한국의 협력이 두 나라의 번영에 크게 이바지하리라는 것을 의심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국제간 협력은 한쪽이 득을 보면 다른 한쪽이 그만큼 실을 입는 제로섬(Zero sum)이 아니라, 양쪽이 모두 득을 보는 플러스섬(Plus sum)의 게임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말레이지아국왕의 방한에 뒤이어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에 거는 우리의 기대도 크다.
「마하티르」수상으로 말하면 부수상시절인 79년과 80년 북한과 한국을 한번씩 방문하여 남북한을 비교하는 안목을 가진 지도자다. 우리의 대북정책과 통일방안에 그가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 보면 오히려 당연한 일이라고도 하겠다. 널리 알려진 일이지만 말레이지아는 한국·일본같은 동쪽의 나라들로부터 배우자는 동방주친정책(Look East Policy)을 펴고있다.
그 증에서도 말레이지아는 일본보다는 한국과 발전단계가 비슷하여 우리가 축적한 개발경험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81년 전두환대통령의 말레이지아방문 이후 한국-말레이지아의 협력관계는 눈에 띄게 확대되어왔다. 특히 83년부터는 말레이지아의 기술자들을 한국에서 훈련시키는 계획이 실천에 옮겨져 잇단 정상회담의 후속조치도 만족스러운 것이라고 할만하다.
말레이지아는 자원부국일 뿐 아니라 아세안과 비동맹의 주요 회원국이라 우리에게는 중요한 우방이다.
한국을 사회·경제개발의 모델로 삼는 말레이지아의 동방주친정책에 우리정부와 기업들이 협력을 아끼지 않고 우리가 아는 바를 나누어 갖는다는 자세를 갖는 것은 두 나라의 공동이익을 위해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이번 기회에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아직도 경제·기술협력에 치우친 두 나라의 교류가 민간차원의 문화교류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말레이지아는 말레이지아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자랑스러운 문화와 전통을 갖고 있다. 두 나라간의 경제협력, 정치적인 이해가 건전하게 지속되려면 서로간의 문학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국제간의 협력이 정상회담 때나 한번씩 강조되는 단속적인 행사가 아닌 이상 민간차원의 교류를 넓히고, 문화교류를 넓혀 협력의 저변을 굳히고 확대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한국과 말레이지아는 피차간 문화적으로는 무지에 가깝다는 점을 솔직이 인정하면서 비약의 계기를 맞은 한국-말레이지아협력의 지평을 넓히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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