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2 호주] 연장 접전 끝에 패배... 55년만의 우승 꿈은 물거품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꿈은 물거품이 됐다. 그러나 잘 싸웠다. 후회없는 한 판이었다.

한국은 31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호주와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1-2로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무실점으로 결승까지 올라온 한국은 전반 45분 마시모 루옹고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루옹고는 페널티박스 외곽 아크 오른쪽에서 공을 받은 뒤 오른발슛으로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전반 37분 손흥민의 왼발 발리슛, 38분 차두리의 패스에 이은 손흥민의 오른발 슛 등으로 골 찬스를 잡았지만 이를 살리지 못했던 게 아쉬웠다. 전반은 0-1로 뒤진채 끝났지만, 슈팅 수에서는 한국이 5-3으로 호주에 앞섰다.

후반에도 양팀은 팽팽한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공격의 고삐를 죈 한국은 후반 15분 곽태휘가 페널티박스 중앙에서 헤딩슛을 했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며 득점 기회를 놓쳤다. 약 1분 뒤에는 골키퍼 김진현이 호주 공격수 레키의 강력한 슈팅을 잘 막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한국은 후반 18분 한국은 남태희를 빼고 이근호를 투입하며 첫번째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후반 26분에는 박주호를 빼고 한국영을 투입했다. 후반 42분에는 공격수 이정협을 제외하고 수비수 김주영을 기용했다. 전술 운영상 곽태휘를 최전방에 올리는 파격적인 카드도 빼들었다.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에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다. 혼전 상황에서 기성용이 슬쩍 밀어준 공을 손흥민이 골에어리어 왼쪽으로 몰고가 침착한 왼발슛으로 골문을 열었다. 전후반을 1-1로 마친 두 팀의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승부는 허탈하게 끝났다. 한국은 연장 전반이 종료되기 직전 호주 트로이시에게 추가골을 내줬다. 측면에서 크로스를 허용했고, 골키퍼가 잘 막아냈지만 문전으로 대시하던 트로이시 앞으로 공이 흘러가 통한의 결승골을 내줬다.

◇슈틸리케의 전술 변화=울리 슈틸리케(61) 축구대표팀 감독은 결승에서 선수 운영에 변화를 주었다.

기존의 4-2-3-1 전술대로 선수 전형을 짰지만 두 포지션에 뛸 선수가 바뀌었다. 대회 기간 내내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박주호(마인츠)가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했다. 또 박주호가 빠진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장현수(광저우 부리)가 나섰다.
박주호는 이번 대회 내내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지만 원래 포지션은 왼쪽 측면 수비수다. 공격 성향을 겸비한 수비수지만 공격 자원에 배치된 건 매우 이례적이다. 박주호는 왼쪽 측면 수비수 김진수(호펜하임)와 호흡을 맞췄다. 장현수는 중앙 수비수이면서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장현수는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과 호흡을 맞추면서 체격이 뛰어난 호주 선수들과 중원에서 맞섰다.

A매치 은퇴를 선언한 차두리(서울)는 오른쪽 수비수로 선발 출장했다. 결승전까지 A매치 75경기를 뛰었다. 차두리는 이번 대회 4경기에 출장해 도움 2개를 기록중이다.

최전방 원톱 공격수는 이정협(상주 상무)이 맡았다. 이정협은 지난 17일 호주와 조별리그 3차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렸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에는 남태희(레퀴야),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는 손흥민(레버쿠젠)이 출전했다. 중앙 수비수는 곽태휘(알 힐랄)와 김영권(광저우 헝다), 골키퍼는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나란히 4경기 연속 자리를 지켰다.

호주는 36세 스트라이커 팀 케이힐(뉴욕 레드불스)과 로비 크루스(레버쿠젠), 매튜 레키(잉골슈타트) 등 정예 공격수들이 모두 출전했다. 이날 경기는 일찌감치 입장권 8만여 장이 매진됐다.

◇55년만의 정상 도전=한국은 1956년 1회와 1960년 제2회 아시안컵 이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호주와의 결승전은 55년 만의 정상 도전이었다.

이번 대회를 시작할 때만 해도 한국의 우승은 쉽지 않아보였다. 아시아 축구의 수준 차이가 매우 좁아졌기 때문이다. 또 한국은 이청용, 구자철 등 주축 선수가 조별리그 1·3차전에서 잇따라 쓰러지는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과감히 발탁한 이정협이 기대 이상의 플레이를 펼쳤다. 또 아시안컵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차두리가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해주며 결승까지 순항했다.

한국은 오만, 쿠웨이트, 호주를 상대로 한 조별리그 답답한 경기를 펼치면서도 세 경기 연속 1-0으로 승리를 거두며 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서는 연장 접전 끝에 2-0으로 승리했고, 이라크와의 준결승에서도 2-0으로 낙승하며 결승에 올랐다.

준결승까지 단 1골도 내주지 않는 끈끈한 수비 때문에 '늪 축구'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승리하며 승리를 챙기는 실속있는 경기가 이어지자 팬들은 '실학축구'라며 환호했다. 팬들은 슈틸리케 감독을 다산 정약용 선생에 비유하며 성원을 아끼지않았다.

비록 결승에서 패했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한편 아랍에미리트(UAE)는 30일 호주 뉴캐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3·4위전에서 이라크를 3-2로 꺾고 3위에 올랐다.

시드니=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사진 뉴시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