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항공유 1년치 8만t … 중국, 작년말 통째로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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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23일 미그-23·29, 수호이-25 등을 동원한 대규모 동계훈련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평양 인근 공군부대 활주로에서 수호이-25 전폭기가 착륙하는 장면을 보고 있다. [노동신문]

중국이 1년 가까이 중단했던 대북한 항공유 지원을 지난해 말에 재개했다고 정부 고위 소식통이 30일 말했다. 이 소식통은 “지난해 중국은 북·중 교역 통계에 기록하지 않은 채 상당량의 유류를 무상으로 지원하면서도 그동안 연간 8만~10만t씩 지원해오던 항공유만은 중단했었다”며 “그러다가 연말에 8만t을 한꺼번에 제공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항공유 8만t은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항공유(MOPS) 시세로 110만 달러(약 11억8500여만원) 상당이다. 소식통은 “북한은 나선 지역에 정유공장인 승리화학공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원유 도입량이 많지 않은데다 공장이 노후화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며 “특히 항공유의 경우 전적으로 중국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유 지원이 재개되면서 북한 공군은 지난해 최소한으로 유지해오던 비행 훈련을 연말을 기점으로 대폭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군 관계자는 “정확한 북한의 훈련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전년도에 비해 지난해 11월부터 갑자기 동계훈련의 강도가 높아졌다”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이후 다섯 차례나 공군부대를 현지지도한 것도 중국의 항공유 지원 재개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항공유 지원이 중단됐을 땐 항공유를 절약하는 차원에서 비행 훈련을 줄여왔는데 항공유가 공급되면서 김정은도 공군기지를 자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의 3차 핵실험(2013년 2월), 그리고 중국통으로 불려온 장성택 처형(2013년 12월) 이후 한동안 북한 ‘길들이기’에 나섰던 중국이 ‘김정은 달래기’로 방향을 튼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김정은에 대해 경직된 입장을 보이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3주기(지난해 12월 17일)를 맞아 “중국은 전통적인 북·중 우호관계를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냈다. 또 지난 8일 김정은의 생일 때는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새로운 1년을 맞아 중국은 ‘전통계승·미래지향·선린우호·협조강화의 방침’(16자 방침)을 토대로 중조(북·중) 전통·우호·협력 관계를 전향적으로 발전시키기를 희망한다”는 성명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2014년 16자 방침을 북한에 쓰지 않던 중국이 2015년 들어 친선을 강조하며 관계 복원에 나선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5월 러시아 방문을 계획하는 등 러시아와 밀착 관계를 보이자 중국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지도자의 첫 해외 여행지가 중국이 아닌 러시아일 경우 중국의 체면이 구겨질 수 있고, 채찍으로만 북한을 움직일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이 러시아 방문에 앞서 중국을 찾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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