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국민보다 김 실장·문고리 3인방 중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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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후보가 당 대표 경선 종반전에 ‘박근혜 대통령 때리기’ 카드를 꺼냈다. 최근 4~5일 동안 문 후보는 여기에 올인하고 있다.

 28일엔 ‘후보 성명’을 내고 “박근혜 정권의 지역차별은 사상 최악이며 박정희 정권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대탕평 인사’ 약속은 처참히 폐기됐다”고 주장했다. ‘반대쪽 50% 국민을 포용하려면 호남인사를 (총리에) 발탁했어야 했다’고 했던 자신의 발언이 여권으로부터 ‘충청권 무시’라고 공격당하자 박 대통령을 직접 공격했다. 청와대를 직접 공격하면서 위기 탈출에 나선 모양새다.

 27일엔 ‘긴급 경제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다. 본인이 직접 썼다는 원고엔 “왜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했나. 부끄럽지 않느냐” “박 대통령은 머리를 숙여야 한다”는 표현들이 담겼다. 문 후보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유임이 발표된 지난 23일에는 “청와대 개편에 국민은 없었다”고 했고, 26일엔 “박 대통령이 국민보다 김 실장과 문고리 3인방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연이은 대통령 공격에 대해 문 후보의 참모들은 “적당한 시점이 되면 박 대통령과 직접 각을 세우려고 했다”고 말했다. 경선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연말정산 파동, ‘김기춘 유임’ 등 쇄신 없는 청와대 인적 개편 등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급속히 끌어내렸고, ‘문재인 대 박지원 대 이인영’의 전당대회 구도를 ‘박근혜 대 문재인’으로 바꾸려는 문 후보에게 기회가 되고 있는 셈이다.

 그의 한 참모는 “네거티브와 진흙탕싸움이라는 전당대회의 흐름에 더 이상 휘말려선 안 된다는 게 문 후보의 생각”이라며 “과거 박 대통령과 대적했던 당사자란 점을 부각해 경쟁 후보들과 ‘체급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7일 회견에서 문 후보 자신에 대해 “(박 대통령과) 함께 경쟁했던 사람으로서…”란 표현을 썼다. 반대 진영에선 문 후보의 박 대통령 때리기가 박지원·이인영 후보의 거센 추격을 받은 문 후보 측의 긴급 처방이라고 주장했다.

서승욱·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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