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매장지만 봐도 전쟁명분 충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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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연합군이 당초 이라크 공격 명분으로 내걸었던 대량살상무기 생산.개발 증거를 못찾아내자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최근 발굴된 집단 매장지를 명분으로 삼으려 한다고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15일 보도했다.

블레어 총리는 전날 의회에서 "1만5천구의 시신이 묻힌 힐라의 집단매장지는 사담 후세인 정권이 얼마나 잔인하고 포학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면서 "이러한 집단매장지 등 후세인이 저지른 잔혹한 범죄의 증거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리는 또 "이번 발견으로 후세인을 권좌에서 축출한 것이 이라크 국민과 인류에게 큰 축복이라는 점을 의심해 온 이들을 설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총리의 발언은 전쟁 종결 5주가 지나도록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증거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이 무기가 실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심이 증폭되자 무마용으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도 BBC 라디오에 출연, "후세인이 사전에 폐기를 지시했기 때문에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확증을 잡기 힘들다"면서 "이 무기가 과거에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전쟁은 충분히 정당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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