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여름방학…좀더 보람있게 보내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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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시험이 채 끝나기도전에『방학때 뭐할거니?』『아르바이트는 구했니?』『여행은 어디로 가니?』 하는말이 인사말처럼 되어버렸다. 나도 하기는 학기말 시험의 마지막 분투속에서 가끔 구원의 손길처럼 찾아드는 호롱불과 책, 음악이있는 정취있는 여름밤을 생각해보지 않은것은 아니다.
남들은 봉사를 간다, 연수를 간다, 아르바이트를 한다고들 야단이지만 나는 이번방학을 철저히 「노는 방학」 으로 하자고 결심했다.
1학년 가을에 대학 신문사에 입사한후로 매번 돌아오는 꿈만같은 방학을 언제나 훈련과 지도, 그리고 신문제작으로 정신없이 보냈다. 물론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가끔은 마음의 정리도 해보고 학교 다닐때못해본 과외활동도 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뭉클뭉클 솟아오르기도 했다.
그래서 가끔은 신문이 꼴도보기 싫어졌고, 쓴 것을 또 쓰고 또 쓰는 기사작성이 진저리가나며 편집장이 무척이나 원망스러울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눈물겨운 일과 훈련은 이번학기로 끝났다. 예전에 별러오던 수많은 계획은 어느틈엔가 머릿속에서 지워져버리고 그저푹 쉬어보고 싶다는 생각만이 가득차 올랐다.
그러나 나의 「노는방학」이 실직한 사람처럼 무언가를 막연히 기다리는것은 아니고, 디스코 홀이나 술집을 전전하는 그런것은 더더욱 아니다. 나는 오랜만에 얻은 자유의 시간을외부로 부터가 아니라 내자신의 내부로부터 의미를 찾아나가는데 쓰려는것뿐이다.
배운것도 별로없이 3학년이되었다. 이제 학교라는 보호막을 열어 제치고 사회에 뛰어들어야할 날도 멀지 않았다.
1년 남짓 남은 대학생활, 아니 몇번남지 않은 방학을 책임의식과 사명감을 재확인하느라보내려는 나의생각이 과연 한낱 사치스러운 것에 지나지 않는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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