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거창군 주상면 도평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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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거창읍에서 북으로 8km.
소백산맥의 우람한 멧부리들이 남으로 내달리며 이룬 갈피갈피 골짜기마다 들과 마을이 열린다.
산은 높고 물은 맑고 햇빛은 밝고 공기는 달다.
거창군주상면도평리,1백50가구중 l백40가구가 빙원백씨 한 성받이다.
마을을 연 조상은 명종때 예산현감을 지낸 백심. 그는 당파와 사화로 어수선한 조정에 실망, 버슬을 버리고 이곳 거창에 낙향했다.
산자수명의 자연을 사랑했던 것이다.
이후 4백여년, 13∼15대까지 후손들이 마을을 이루고 조상의 가풍을 지켜 온다.
근년에 많이 외지로 나가 외지까지 합하면 4백여가구의 번성을 이루었다.
마을은 전형적인 산간농촌. 가구당 7∼8마지기의 논과 3∼4마지기 밭농사로 연간 4백만원의 소득을 올린다.
마을 입구에 자리잡은 황강제는 입향조 백심을 모신 재실.
마을의 정신적 지주가 되고 있다. 한편에 근년에 후손들이 세운 그의 비도 서있다.
마을 뒤쪽을 흐르는 계곡에는 그가 말년에 시를 짓고 노닐던 영조대가 전한다. 개울이 굽이쳐 흐르는 곳에 우뚝 솟은 암벽 아래 후손들은 정자를 짓고 축대를 쌓아 마을의 휴식처로 남고있다.
『농사만 짓고 살아 출세한 사람은 없어도 일가간에 화목하고 마을일에 힘을 모으는 전통은 인근에 소문났제』
마을노인 백대인씨(61)의 자랑.
해방전 기독교가 들어와 50여명이 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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