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놀란적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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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다행히도 하느님께서 하늘을 개게하여 미군기들의 출격이 훨씬 용이해졌다. 하느님의 도움으로 우리는 승리하고 계속 전진할 것이다.
대통령은 전쟁이 터지자 기회 있을때마다 미군들에게 한국의 실정을 정확히 파악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미국인들은 한국인들의 전투력을 과소평가했음이 분명하다.
게다가 미군들은 공산게릴라들을 격퇴하는데는 공중폭격도 좋지만 한국지형을 잘 아는 한국보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몰랐던것 같다.「무초」대사는 대구가 적의 공격권에 들어가자 정부를 제주도로 옮길 것을 건의했다.
그의 주장은 그곳이 적의 공격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있고 최악의 경우남한전체가 공산군에 점령된다해도 망명정부를 지속시켜 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초」가 한참 열을 올려 얘기하고 있을때 대통령은 허리에 차고있던 모젤권총을 꺼내들었다.
순간「무초」는 입이 굳어져버렸고 얼굴색이 하얗게 질렸다. 나도 깜짝놀랐다.
미국에 살때 고속순찰 오토바이를 따돌리고 과속으로 달릴때 가슴이 떨린 이후 그렇게 놀란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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