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위안부 피해자 황선순씨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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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황선순 할머니가 26일 별세했다. 89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황 할머니가 이날 오전 8시쯤 전남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운명했다고 밝혔다.

 정대협에 따르면 1926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난 황 할머니는 부모를 일찍 여의고 남동생과 둘이 살고 있었다. 17세 무렵 고모 집에 밥을 얻어먹으러 가던 중 ‘부산 공장에 취직시켜 주겠다’는 남자들의 말에 속아 그들을 따라나섰다. 이후 황 할머니는 부산과 일본을 거쳐 남태평양 나우르섬에 있는 위안소로 가게 됐다. 그곳에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약 3년간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돼 온갖 고난을 겪었다.

 해방이 된 이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황 할머니의 삶은 여전히 가시밭길이었다. 지독한 가난과 대상포진·뇌경색·당뇨 등 여러 질병에 시달렸다. 황 할머니는 생전 아들 내외와 함께 살면서 “살아있는 동안 일본 정부가 사죄하는 것을 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황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26일은 또 다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황금자 할머니의 1주기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238명이다. 이중 생존자는 이제 54명이다. 지난해 6월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춘희 할머니의 별세 당시에도 남아 있는 생존자는 54명이었다. <중앙일보 2014년 6월9일자 1면 보도> 그런데 지난해 8월 위안부 피해자 1명이 뒤늦게 신고했다.

 정대협 측은 “하루속히 위안부 문제가 해결돼 남은 분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노년의 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함께해달라”고 당부했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도 애도의 뜻을 전하며 “가해 당사국이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후세대 교육을 철저히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 할머니의 빈소는 전남 화순의 한 병원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유족의 요청에 의해 비공개로 엄수된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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