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아리랑' 안내원 입담 인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평양 순안공항 로비에서 포즈를 취한 북한 안내원 장철군씨. 그는 카메라를 들이대자 "좀 엄숙한 표정이 좋겠다"며 얼굴색을 바꿨다.

평양의 아리랑 축전을 보고 온 한국 관광객들 사이에 북한 안내원 장철군(31)씨는 '명물'로 통한다. 개그맨 뺨치는 입담과 표정, 유머감각 때문이다.

장씨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카메라를 내밀면 "웃으세요"라는 주문 대신 "반미(하세요)~"라고 외친다. "촬영 때 미국은 '치즈'라고, 남쪽은 '김치'라고 하지만 평양 젊은이들은 살짝'반미'(反美)라고 하는 게 유행"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남한 손님들이 버스에서 자리를 이리저리 옮기는 바람에 인원 파악이 어렵게 되자 장씨는 "너무 심하게 '브라운 운동'을 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했다. 공학도 출신답게 미세입자의 불규칙운동을 빗댄 것이다. 자신이 구해온 '젖사탕'(밀크캔디)을 맛보라고 권하며 "소젖이 든 사탕인데, 발음을 잘못하면 여성 앞에서 큰 낭패를 본다"고 해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노래를 청하자 그는 "한 그릇은 너무 적어, 아 평양냉면"하는 냉면찬가를 불렀다. 딱딱한 통제를 일삼던 이전의 북한 안내원들과는 확 달라진 신세대 모습이다.

장씨는 평양의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군 복무 후 평양시 인민위원회(한국의 시청)에 들어가 전산정보를 총괄하는 '입사 2년차'다. 매일 1000명 가까운 남한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그는 갑자기 안내원으로 차출됐다. 평양 출신인 그는 "월급은 3000원(20달러)"이라고 밝혔다. 통일거리 아파트촌을 지날 때는 "내가 사는 80평(80㎡를 의미) 살림집"이라고 밝히는 등 개인생활도 털어놓았다.

이영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