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자리저『미술가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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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탈리아 매너리스트 화가인「바자리」는 1550년 방대한전기를 집대성한다.
미술사다운 최초의 기록이라 일컬어지는 이책이 바로 그것이다. 근대회화의 아버지로 알려진 「치마부에」를 비롯해 「미켈란젤로」에 이르는 「위대한 화가 조각가·건축가」2백여 작가의 생애와 예술을 전기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것이 전기의 형식을 취하고는 있으나, 그가 내용을 3부로 나누어 그 각각의 첫머리에 붙인 3편의 서설에는 이책을 기술하고 편찬한 그자신의 의도가 극명하게 드러나 있다. 따라서 이책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사」라 이름하여도 무방하리라. 「르네상스」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냈던 그였듯이, 그는 이책을 통해「스투름 운트 드랑」이라는 당시의 시대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책은 오늘날도, 성서에는 못 미치지만 단테의 『신곡』에 맞먹는 독자를 가지고 있다고한다. 우리나라에서도 L박사가 흠정판이라 할수있는 이탈리아어판 전9권을 원본으로하여 23년전부터 번역에 착수, 최근에 완성을 보아 곧 출판에 들어갈 예정이다.
일본에서도 최근에 이르러서야 번역에 착수했다는 이책의 우리말판이 나온다면, 나는 책상머리에 늘 이 책을 꽂아놓고 틈틈이, 어지러웠던 르네상스 시대, 그러나 뜨거웠던 예술가들의 질풍노도를 만나고 또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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