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금리인상, 경제 살리는 계기 삼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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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그럼에도 이번 금리인상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우선 장기간의 저금리 체제가 불러온 자금흐름의 왜곡을 바로잡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경기 부양을 이유로 무리하게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바람에 시중자금의 단기화.부동화 현상이 극심해졌고, 이것이 부동산값 급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세계적인 금리인상 기조 속에 억지로 금리를 동결해온 탓에 자금 이탈의 우려도 커졌다.

이번 금리인상으로 자금시장의 정상화가 기대되는 만큼 이제는 자금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흐르도록 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박승 한은 총재는 내년 경기전망에 자신감을 갖게 된 점을 금리인상의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일부 경기지표가 호전됐다고 해서 경기 회복을 장담하긴 이르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일부 소비지표가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경기 회복의 관건인 투자는 여전히 부진하다. 확실한 경기 회복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 의욕을 되살리고, 넘치는 금융자금이 투자 확대로 이어지도록 물꼬를 터야 한다. 이번 금리인상은 경기가 회복됐기 때문이 아니라 자금시장의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일 뿐이다. 따라서 금리인상과 무관하게 경기 회복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한가지 짚고 넘어갈 대목은 앞으로 금리정책에 대해 신중하고 세련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선 금리정책에 대한 정부 당국자들의 과도한 발언은 자제돼야 한다. 정부가 금리에 대해 공개적으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통화정책의 안정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처사다. 한은 총재와 금융통화위원들의 개인적인 언급 역시 시장에 혼란을 불러오고 금리정책의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