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송금 2억弗 노동당 마카오계좌로 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2000년 6월 현대상선 대출금 2억달러(2천2백35억원)가 송금된 중국은행 마카오지점의 북한 계좌는 노동당의 외화 자금을 관리하는 조선대성은행 계좌 등 세 개였음이 14일 확인됐다.

국가정보원이 보낸 돈이 노동당과 직접 관련된 계좌로 들어간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당시 송금은 남북한 당국 간 거래였으며 정상회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더욱 커졌다.

특히 국정원은 당시 송금창구였던 외환은행 측에 "9일 중 마카오의 북한 계좌에 도착해야 한다"면서 "늦어도 12일까지는 입금돼야 한다"고 재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외환은행은 6월 9일 송금했으나 마카오의 북한계좌에 입금된 것은 12일이며, 북한은 그 사이 10일 정상회담 연기를 발표했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입금이 확인된 바로 다음날인 13일부터 남북정상회담 일정이 시작됐다.

당시 송금에 관여했던 정부 및 금융권 관계자는 14일 "국정원이 보낸 2억 달러가 조선 대성은행과 북한 단체 두 곳 등 세개의 계좌에 나뉘어 입금됐다"면서 "국가 간 거액의 달러화 흐름은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에 포착될 우려가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한 중국은행 통로를 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핵심 관계자는 "당시 국정원 관계자가 '미국 측에 흐름이 노출돼선 안 되므로 절대 보안을 유지하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을 불러 북한에 송금된 돈과 대북사업과의 관련성 등에 대해 조사했다.

전진배.이수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