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화상대회 참가 4인 '투자 유치 이렇게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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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조 달러(약 2000조원)가 넘는 화교 자본을 국내로 끌어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8차 서울 화상대회에 참가한 화상 4명이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될 만한 제안을 내놨다.

태국.말레이시아.미국.중국 등지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은 한결같이 "한국에 투자하고 싶지만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시장에 선뜻 뛰어들기에는 뭔가 미덥지 않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차오펑그룹의 차이린차이(蔡林財.39) 회장은 "정부가 나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높은 노동 비용이 한국 투자를 검토할 때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라며 "노동시장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국 타이다실업의 류진팅(劉錦庭.71) 회장은 "화상들은 친구를 믿고 투자하는데 한국에는 제대로 된 친구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화교를 배척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이제라도 전세계에 퍼져 있는 화교 사회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라"고 제안했다. 1회성 화상 대회로 그치지 말고 경제뿐 아니라 사회.문화 분야로 교류의 폭을 넓히라는 충고다.

부동산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리치밸리홀딩스의 우진타오(吳金濤.42) 사장은 "화교에 대한 한국 사회의 배타적 분위기 때문에 9년 전쯤 한국에서 중국으로 주된 사업 무대를 옮겼다"고 말했다. 우 사장은 "한국 전체 인구의 두 배를 넘는 중국 산둥(山東)성의 성장(省長)이 투자 유치를 위해 개별 기업인을 일일이 만나고, 환대하는 모습을 보고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화상의 주머니를 열려면 그들의 마음을 먼저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차이나타운 등을 조성해 화상들이 친근한 분위기를 느끼며 몰려들 근거지를 만들어 주면 투자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는 게 우 사장의 생각이다.

한국 정부가 중국.미국 등 경쟁국에 비해 우위에 있는 부문을 적극 알려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미국에서 호텔 레스토랑 체인인 미라쿠(MIRAKU)를 운영하는 우진주(吳金柱.54) 대표는 "같은 비용이 든다면 시장이 크고 성장 가능성도 큰 중국에 투자하지, 왜 한국에 투자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한국만이 갖고 있는 투자 메리트를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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