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홀로서기 움직임 … 해외 언론들 "구글·퀄컴과 헤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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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삼성전자의 ‘홀로서기’ 행보가 빨라지는 모습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온라인판은 21일 ‘삼성 차세대 전략으로 구글과의 밀월 끝낸다’라는 기사에서 스마트폰 실적이 둔화되고 있는 삼성전자가 사물인터넷(IoT)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IoT에 1억 달러를 투자하는 삼성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을 인수합병(M&A)하고 페이스북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구글 안드로이드에 대항하기 위해 인텔·소니 등과 연합해 개발한 모바일 운영체제(OS) 타이젠을 선보이며 삼성 주도의 스마트 생태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신문은 “플랫폼을 장악하기 위해선 구글과의 이별이 필수”라며 “그러나 제품을 관통하는 철학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도 이날 삼성의 독자 행보에 주목했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출시 준비중인 새 갤럭시 S스마트폰 기종부터 미국 퀄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사용을 중단키로 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제기된 발열 문제가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삼성전자가 자체 프로세서 제작 부서를 강화해 독립적인 체계로 나아가려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보도에 대해 삼성전자는 “IoT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구글과 등을 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퀄컴 칩 사용중단 여부도 결정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근 삼성은 독자 영역을 넓혀가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삼성은 그간 늦춰왔던 타이젠 스마트폰을 인도 시장에 10만원 미만의 저가폰으로 첫선을 보였다. 인도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고, 시장을 지배하는 OS가 없어 타이젠을 확대하는 데 유리하다. 또 올해 생산하는 모든 TV에 타이젠 OS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TV는 향후 세탁기·에어컨 등 가전을 조작하는 허브로 활용 가능하다.

 삼성이 현재의 스마트폰 생태계에서는 구글·애플 등에 밀렸지만 저가폰·헬스케어·스마트카 등 차세대 시장에서는 자체 생태계를 확보해 시장 주도권을 쥐려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글도 스마트폰 ‘아라’를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라며 “겉으로는 변함없는 혈맹 관계를 천명하고 있으나 언제까지 우군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서로 깨닫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용·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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