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간 친구의 애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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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 축구가 세계 4강에 오르자 우리 국민은 모두 흥분했고 기쁨에 너도 나도 이야기 꽃이다. 「꼬레아」가 어느 곳에 있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는 중남미에서 「꼬레아」가 여기 있음을 크게 외쳤으니 「꼬레아」의 선풍은 스포츠의 열기가 아니라도 크게 자랑하고싶다.
얼마전 미국으로 이민갔던 친구가 친척과 친구를 만날겸 고국에 돌아왔다. 그는 지방에 살고있는 몇몇 친구를 만날겸 이곳에 내려왔다. 우리는 조촐한 점심상을 친구에게 대접했고 그 친구는 된장찌개를 맛있게 먹으면서 이야기했다.
외국에 가면 애국자가 따로 없다는 것이다. 거리쇼윈도에 한국 상품이 진열된 것을 보면 친정 엄마를 만난 것같이 가슴이 뭉클하단다.
알파베트만 쓰려는 아이들에게는 연필을 쥐게 하여 한글을 쓰게 하고 동화를 읽게 하며, 토요일이면 한국인 학교에 보내 모국어를 잊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고국에 오는 날 친구는 동대문 시장에 나가 아이들의 점퍼와 운동화를 사신기고 자신의 퍼머도 서울에 와서 했단다. 우리는 의아하게 바라보며 『왜그랬어? 이곳에선 외제옷이라도 더 못사입혀 야단인데』하니 친구는 『너희들은 실감이 나지 않겠지. 우리나라 물건이 얼마나 견고하고 싼지 이곳에선 느끼지 못할거야. 그리고 고국에 돌아오면서 왜 외화를 낭비하니. 우리나라에 와서 쇼핑한다는 것이 얼마나 슬거운 일인데….』
친구가 이야기하는 동안 우리는 조용했고 무엇인가 반성의 여지를 담고 있었다.
그 친구가 일어나면서 조그마한 선물을 하나씩 주고 갔을때 누구 하나 선뜻 그 자리에서 물건을 풀어보지 못했다. 집에 와서 소중히 풀어 본 예쁜 포장속에는 우리나라 유명회사의 로션이 곱게 들어 있었으며, 그것이 가슴에 안겨질때 「애국」이라는 단어가 사소한 일에서 비롯돼 크게는 국위를 선양하는 원동력이 됨을 깊이 깨달았다. 스포츠로 다져지는 우리 청소년의 막강한 힘에 힘껏 박수치며 남은 게임 선전하기를 기원한다. <천안시원성동451의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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