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KTX, 이번엔 서대전역 정차횟수 놓고 지역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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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9일 서대전역에서 KTX를 타고온 승객들이 내리고 있다. 3월 호남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KTX 서대전역 경유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KTX가 유일한 출퇴근 수단인데 걱정되네요.” 지난 19일 오전 7시30분쯤 서대전역에서 만난 김호민(44)씨 얘기다. 김씨는 매일 KTX로 대전에서 직장이 있는 천안까지 출퇴근한다. 열차를 타는 시간까지 포함해 출퇴근 시간은 40분 정도다. 김씨처럼 서대전역에서 KTX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은 500여 명이다.

 호남고속철도가 개통하는 오는 3월부터 서대전역 KTX 이용객들은 불편을 겪을 전망이다. 코레일과 국토교통부가 전체 호남고속철 KTX의 20% 정도만 서대전역에 정차토록 할 계획이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코레일 관계자는 20일 “효율적인 고속철 운영을 위해 호남선에는 KTX를 아예 운행하지 않는 게 기본 방침이었다”며 “하지만 대전 지역 이용객들의 불편을 줄여주기 위해 극히 일부만 운행하기로 방침을 세웠다”고 말했다. 운행 계획은 각 지역의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다음달 초 국토교통부가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용산)~목포·여수간 KTX는 호남선을 이용해 하루 48~54회(왕복) 운행 중이다. 3월 고속철이 개통하면 80여 편으로 늘어난다. 이중 20%만 들를 경우 서대전역에는 하루에 16~18편의 열차가 멈춘다.

 대전시는 이용객을 감안해 50%가량은 서대전역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3년 한 해 동안 서대전역 KTX 이용객은 179만3000여 명이었다. 하루 평균 4900여 명이 이용한 셈이다. 2004년부터 매년 4.1%씩 증가하는 추세다. 계룡·논산역 이용객도 상당수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호남선을 활성화하는 게 호남과 충청의 상생을 위해서 바람직하다”며 “호남고속철 KTX의 절반 정도는 서대전역을 통과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 관계자 등을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논산시와 계룡시는 3군본부와 육군훈련소의 특수성을 감안해 현재 수준의 운행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전남북과 충북은 서대전역 경유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운행 시간이 45분가량 늘어나 이른바 ‘저속철’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광주시장과 전남·전북지사는 지난 19일 공동성명을 내고 “서대전역 우회 운행은 고속철 건설 목적에 맞지 않는다”며 “서대전역을 경유하면 고속철도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충북도는 이용객이 분산돼 오송역 기능이 약화된다며 호남선 KTX 운행을 반대하고 있다. 오송역은 경부선과 호남선 KTX의 분기역이다. 서대전역에 정차하려면 오송역이 아닌 회덕(대전)에서 호남선으로 철로를 바꿔야 한다.

 호남고속철도는 충북 오송~전남 목포의 249㎞ 구간에 건설됐다. 10조35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1단계로 오는 3월 오송~공주~익산~정읍~광주 송정 182㎞ 구간이 개통한다. 송정역~목포 구간(67㎞)은 2020년 개통 예정이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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