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영화가 더 폭력적이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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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만화영화 ‘니모를 찾아서’. 귀여운 물고기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이 영화에도 소름 끼치는 죽음의 장면이 심심찮게 나온다.

사람들은 어린이 영화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영화보다 덜 폭력적일 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영화에 귀여운 흰동가리(디즈니 만화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니모가 이 물고기다)나 노래하는 인어, 또는 아기 사슴이 등장한다고 해서 살인 이야기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캐나다 오타와대의 정신건강 역학자 이언 콜먼의 설명이다.

콜먼의 한 동료는 전에 자녀와 함께 ‘니모를 찾아서’를 볼 때 영화의 첫 5분 대목은 빼놓고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소름 끼치는 죽음의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후 콜먼은 어린이 영화와 성인 영화의 폭력성을 비교해 보면 흥미롭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콜먼은 몇몇 연구원과 함께 역대 어린이 영화 중 최고 흥행작 45편을 최고 흥행 성인 영화들과 비교했다. 살인과 폭력 장면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액션 영화는 비교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런 영화들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거나 실제로 어린이가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교 대상에는 공포영화(‘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 ‘왓 라이즈 비니스’)와 스릴러(‘펄프 픽션’ ‘디파티드’ ‘블랙스완’) 등 다양한 장르가 포함됐다.”

비교 결과 어린이 영화는 성인 영화에 비해 주요 캐릭터가 죽는 경우가 2.5배 더 많았으며 살인당할 확률은 2.8배나 더 높았다고 콜먼은 말했다. 영화에서 자녀를 둔 부모로 나오는 캐릭터의 경우는 더 심했다. 어린이 영화에서 그런 캐릭터가 죽을 확률은 성인 영화에 비해 5배나 더 높았다.

이 연구는 ‘영국 의학 저널’의 2014년 크리스마스판에 실렸다. 이 특별판은 해마다 엉뚱한 내용을 싣기로 유명하다. 일례로 2013년에는 ‘007’ 영화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술을 얼마나 많이 마시는가와 영화 ‘해리 포터’에서 마술의 상속 가능성을 연구한 논문 등을 개재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현실 세계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어린이가 영화를 볼 때 부모가 함께 보는것이 최선의 방법인 듯하다고 콜먼은 말한다. 아이에게 설명이 필요할 때 이야기를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캐나다 매니토바대의 역학자 트레이시 아피피는 “아이들끼리 영화를 보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그들이 정보를 제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글=더글라스 메인 뉴스위크 기자, 번역=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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