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공약품으로 키우는 콩나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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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람의 건강과 직결되는 식품을 아무렇게 재배하거나 마구 만들어 파는 행위처럼 얄미운 범죄도 드물다.
그 동안 정부는 불량·부정식품의 근절을 외해 나름대로 단속을 펴고 소비자들의 식품에 대한 선별 안이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인체를 위협하는 부정식품·불량식품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대구에서 적발된 한 콩나물 성장제 제조업자의 경우 그 규모가 크고, 따라서 해독을 뿌린 대상이 많다는 점에서 충격과 함께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이 업자는 외국에서 수입해온 농약원료를 메틸알콜에 용해해서 일종의 화공약품인 콩나물성장촉진제를 만들어 대도시의 콩나물공장에 팔아왔다는 것이다.
이들이 판 성장촉진제의 판매액만 1억6천만 원이 넘고 대상업소도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에 있는 2백여 업소에 이른다니 어림잡아 수십만 명이 인체에 해로운 콩나물을 먹은 셈이 된다.
따지고 보면 마음놓고 먹을 것이 드물다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생활하수나 공장폐수 등으로 강과 바다가 오염되면서 민물고기는 마음놓고 먹을 수 없게 되었고 연안에서 잡히는 생선조차 인체에 해로운 카드뮴등 중금속에 오염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되었다.
식품제조과정이나 조리과정이 비위생적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 제쳐두고라도 농작물조차 농약의 과·남용으로 마음놓고 먹기 어렵게 되고있다.
우리의 속담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지만 오늘의 식생활문화는 그와 정반대인 실정이다.
특히 배추나 무우, 그리고 이번에 말썽이 된 콩나물의 경우 보기 좋다고 해서 먹기 좋은 줄 알았다가는 큰일이 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관개시설의 확충, 영농기술의 발달 등으로 농사짓기가 옛날에 비해 쉬워졌지만 병충해 방제를 위해 농약은 현재 농촌에서의 생필품의 하나가 되었다.
반면 농약은 독극물이라 사용을 잘못하면 생명을 잃는 등 중독사고를 일으키기도 하고 작물을 망치기도 한다.
농약보급이 농업근대화를 촉진한 것은 사실이다. 병충해를 막아 수학을 크게 늘릴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농약을 많이 쓰고 함부로 뿌리면 농작물이 싱싱해 보이고 먹음직해 보이지만 함정은 바로 거기에 있다.
최근 농약이 널리 보급되면서 남이야 어찌되건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재배과정에서 농약을 남용하는 일은 말할 것도 없고 상품으로서 돋보이게 하려고 콩나물이나 배추에 농약을 뿌리는 것은 예사로 보는 일이다.
가관인 것은 농약을 많이 쓰는 업자일수록 자신들은 자신이 재배한 농작물은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들조차 먹지 못할 작물을 재배해놓고 다른 사람들이 많이 먹어 이문을 보려는 배포는 생각할수록 괘씸하기만 하다. 그런 행위는 불특정다수에 대한살인예비나 다름이 없다.
콩나물이나 배추만큼 우리국민들 누구나 좋아하고 많이 먹는 음식도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쓰고 정성을 들여 재배해야할 작물이 콩나물이며 배추인 것이다.
부정식품·불량식품의 근절이야말로 조국선진화의 전제조건이다. 이를 뿌리뽑으려면 당국의 철저한 단속 못지 않게 소비자들의 자각이 요구된다.
자신의 건강은 자신이 지켜야한다는 생각으로 겉치레만 곱게 한 식품에 현혹 당하는 일이 없어야한다.
소비자들이 뭉쳐서 부정·불량식품을 적발하고 외면해야만 우리의 건전한 식생활문화가 기틀을 잡게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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