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나누기 안 하고 초과 근로로 메워 주 5일 근무 도입 취지 퇴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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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 이경재(한나라당) 의원은 9일 주40시간제 의무시행 대상인 300인 이상 제조업체 62곳과 주40시간제를 조기에 도입한 299인 이하 제조업 사업장 34곳 등 96곳의 2004~2005년 노사 간 단체협약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500인 이상 사업장의 초과근로시간이 1999년 6.4시간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5.4시간으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5.4시간이라는 것이다. 반면 지난해 38.7시간이던 정상근로 시간은 올해 36.7시간으로 5.2% 줄었다.

올해 초과급여 상승률은 15.5%로 지난해 상승률(8.1%)의 두 배에 육박했다. 또 지난해 7월 주40시간제 도입 당시 641만4000여 명이던 전체 사업장의 근로자 수가 1년 뒤인 올해 7월 현재는 631만7000여 명으로 1.5% 감소했다.

주5일 근무제는 지난해 7월부터 상시고용 1000인 이상 사업장과 금융.보험 등 대규모 사업장, 정부투자기관 등이 실시했으며, 올해 7월부터는 300인 이상 사업장과 국가.지방자치단체로 확대됐다.

이 의원은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기업들이 부족한 인력을 새로 충원할 줄 알았으나 실제로는 기존 인력을 초과근로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임금 인상을 노리는 노조 측과 신규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사측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인력 충원은 경기 부진 등에도 원인이 있는 만큼 제도시행 시점과 이후로 나눠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며 "다만 일부 기업에서 주5일 근무제가 임금 인상의 빌미로 이용되고 있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된 뒤 휴가 일수는 사업장 규모나 노조의 유무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등 양극화 현상도 나타났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48.4%가 생리휴가를 유급휴가로 둔 상태였으며, 월차휴가도 43.6%가 그대로 뒀다. 반면 299인 이하 무노조 사업장은 95%가 월차휴가를 폐지했으며, 90%는 생리휴가를 무급으로 전환했다. 또 토요일을 유급휴일로 둔 사업장은 ▶1000인 이상 90% ▶300인 이상 66.7% ▶299인 이하 노조가 있는 곳은 78.6% ▶무노조 사업장은 35%였다.

이에 따라 1000인 이상 제조업체의 법정 평균 휴가는 연간 142~152일에 달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이 의원 측은 주장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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