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 선제공격' 조율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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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핵 문제 돌파구 마련이라는 숙제를 안고 14일 워싱턴을 방문한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15일 열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준비에 몰두했다.

盧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주재 특파원.교민 간담회를 잇따라 열고 양국을 '좋은 친구 사이'로 비유했다.

盧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둘러싼 '정체성'논란에 대해 "친구를 움직이는 데는 자기 주장을 강하게 펴는 방법도 있지만 친구와 호흡을 잘 맞추는 것도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반기문(潘基文)청와대 외교보좌관은 "두 정상이 네차례의 통화에서 언급했던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문서로 재확인하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회담의 역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원칙' 선언과는 달리 북한과의 핵 제거 협상을 진행 중인 미국이 '선제 공격(pre-emptive attacks)'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알려져 조율 여부가 주목된다.

경기도 동두천 미2사단의 평택.오산 재배치는 북핵 문제 해결 이후로 유보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인계철선(trip wire)의 제거'라는 우려를 낳으며 국내외에 경제와 관련한 심리적 불안감을 조성할 요인을 제거하는 소득을 올린 셈이다. 다음은 盧대통령과 특파원들과의 일문일답.

-북핵 문제가 가장 궁금하다. 미국은 외교적으로 안되면 (군사 행동을 포함) 모든 선택이 가능하다는 입장인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뭔가.

"3자 회담을 중심으로 한 협상 게임이 아직 진행 중이다. 부시 대통령이나 나나 모든 카드를 공개하기는 어렵다. 큰 원칙의 합의가 있어도 가정적 상황을 다 얘기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특히 그런 (군사 행동) 가능성을 미리 얘기하면 불안을 야기할 수가 있다."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막겠다고 했는데 미국 측에서 긍정적 신호를 받은 게 있나. 또 '미국이 아니었으면 나 자신이 지금쯤 정치범 수용소에 있을 것'이라고 얘기하는 등 파격적인 발언을 했는데.

"지금의 주한미군은 한반도에 대한 심리적 안전판과 정치적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다. 따라서 미군의 재배치는 한반도 불안이 해소된 뒤에야 이뤄져야 한다고 부시 대통령에게 설득하겠다.

저에 대해 국내에서도 불안해 하고, 미국에서도 한.미 동맹을 지키는 데 확고한 의지가 있느냐고 문제를 제기하는 게 사실이다. 그런 현실을 해소하기 위해 제 신념체계를 정확히 표현해야 도리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서는 미국이 선제 공격 카드를 배제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아는데, 이곳에서의 발언은 달라 보인다. 입장이 달라졌나.

"입장이 달라진 게 아니다. 저로서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포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제 뜻대로 합의를 다 이끌어낼 수는 없으며 미국의 입장도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입장을 포기한다는 것은 아니다."

워싱턴=김종혁.이효준 특파원,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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