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끈기 실종된 꼴찌 두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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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미국프로농구(NBA)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의 라커룸에서 생긴 일이다.

스코티 피핀이 동료들이 열심히 보고 있는 대형 TV를 발로 차 산산조각을 냈다. 패배에 익숙한 동료들이 경기에서 대패하고 나서도 낄낄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승승장구하는 라이벌 팀의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면서 "쟤네들, 정말 잘 한다"고 칭찬하는 동료들의 모습을 피핀은 참을 수 없었다.

꼴찌였던 트레일블레이저스는 이 사건 이후 똘똘 뭉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프로야구 두산도 꼴찌다. 2001년에 우승한 명문팀이지만 개막 8연패에 이어, 또 8연패에 빠졌다. 확실한 꼴찌로 분류된 롯데에도 추월당했다. 패배는 일상사가 돼 선수들은 지는 것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외견상 성적 좋은 팀보다 이기려는 의지가 강하지 않아 보인다.

두산은 라이벌팀 선수가 경기 전 라커룸에 들어와 웃고 떠드는 데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일부 고참들이 기강을 잡으려 몇차례 시도했으나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 팬들은 게시판에서 "뚝심과 끈기의 곰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며 "전력 보강에 앞서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선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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