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예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세상에서는 변화가 무상한 것을 죽끓듯 한다는 말로 표현한다.
그러나 과연 죽이 끓는 과정이 그 만큼 변화가 많을까. 기상을 아는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세상에 가장 변화가 많은 것이 바로 날씨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날씨를 결정짓는 요소중 하나도 변화하지 않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바람·구름·조류·태양의 투과물등 어느 것 하나 잠시도 제자리에 머무르는 것이 없다.
그래서 기상예보란 그만큼 불학실한 것인지도 모른다. 한 지방의 날씨도 산이 있고 없음에 따라, 또는 지역에 따라 국지적으로 변한다. 서울만해도 강북엔 커다란 우박이 쏟아졌는데 강남에선 우박은 커녕 비도 없이 지나간 것이 며칠전의 일이다.
날씨가 워낙 가변적인 것이어서 그저 그렇거니 하고 살면 마음이 편하다. 옛날 우리네 조상들이 농사만을 지을 때의 기상은 모두 하늘이 내리는 것이어서 숙명적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그것도 첨단기술시대라는 요즈음에는 기상을 예견하는 것이 큰 의미를 갖게됐다. 작게는 주말의 놀이스케줄을 세우는 데도 기상예보가 필요하고 좀더 광범위하게는 농사·칭량음료·가전제품·의류등 기업적인 측면에서도 기상의 중·장기전망이 요구된다.
더 나아가 기상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무기가 되고 있다. 소련에 흉작이 들 경우 곡물수입량이 대략 4천만t에 이르므로 풍부한 밀을 갖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식량자원을 무기화 할수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미국의 CIA같은 데서는 1년내내 자원위성을 띄워 세계각지의 작황을 예측·분석하고 그 결과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를 궁리하고 있다.
날씨의 예보를 필요로 하는 쪽에서는 좀더 정확히, 좀더 장기적인 것을 요구하게끔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일의 날씨도 예보가 빗나가기 일수인 기상예보이고 보면 3∼4개월 뒤의 정확한 기상을 내놓으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무리다.
이 「무리」와 「필요」 때문에 가끔은 희비가 엇갈리는 장기예보가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기도 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3개월 정도의 장기예보를 공식으로 발표하는 나라는 일본과 인도밖에 없다. 그러한 일본도 금년들어 불과 2개월 사이에 두번이나 장기예보를 수정했다.결국은 장기예보가 중기예보가 된 셈이다.
우리나라는 장기예보라야 1개월이지만 이 것도 아주 조심스럽게 발표되고 있다. 안맞을 때의 비난이 무서운 것이다. 그러나 비록 비난이 있더라도 사회가 점차 산업화되는 과정에서는 참고적인 의미에서라도 장기예보가 필요하리라고 본다. 기상대의 현대화를 전제로 한 중·장기예보체제의 확립을 기대해 본다.

<윤재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