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 된다’에서 ‘될 때까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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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호 32면

저자: 이장우 출판사: 21세기북스 가격: 1만6000원

1960~80년대 우리에겐 ‘하면 된다’ 정신이 충만했다. 기업들은 거침없이 세계를 누볐고 ‘빨리 빨리’ 실적을 올렸다. 1000만 영화 ‘국제시장’은 그렇게 참 열심히 살았던 시절과 사람들에 대한 반추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 후발 주자의 이점은 사라졌고 세계 경제 전망은 암울하기 짝이 없다.

『창발경영』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경북대 경영학과 이장우 교수(한국경영학회장)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1990년대 말부터 불기 시작한 벤처 기업의 대약진과 닷컴 열풍을 체감하며 지켜본 그다. 2002년에는 CJ엔터테인먼트 이강복 대표,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프로듀서, 난타의 송승환 대표와 함께 사단법인 문화산업포럼을 창립, 다양한 문화콘텐트업계의 목소리까지 수렴해오고 있다.

그는 “우리 경제는 일단 저지르고 보는 ‘행동의 시대’에서 출발해 선진 지식과 정보를 빠르게 습득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학습의 시대’를 거쳤다”며 “이제는 속도 경영에서 창발 경영으로 바꿔야 할 때”라고 말한다. 창발(創發)은 각각의 구성요소에는 없는 특성과 행동이 상위 수준이나 전체 구조에서 자연발생적으로 갑자기 나타나는 현상을 뜻하는 21세기 과학의 핵심 키워드다. 창발성 시대에서 경쟁력의 핵심 원천은 ‘때를 준비하며 끈기 있게 기다릴 수 있는 능력’이다. 쉽게 말해 ‘될 때까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창발 경영이란 ‘뜻과 비전을 세우고 이를 실천할 확고한 의지를 기반으로 반복적 투자와 활동으로 때를 기다리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기회를 획득해 새로운 가치를 구현하는 과정’이다.

이 교수는 “창발의 시대에는 스스로 깨달아 전에 없던 참신한 제안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통찰력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통찰력이나 깨달음은 소수 누구나 일상에서 생각하고 궁리하며 알게 되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경영자의 마음 가짐을 강조한 대목은 눈길을 끈다. ‘성공자(成功者)’론을 설명하면서 그는 “스스로 성공하는 삶을 살아가는 성공자는 수준 높은 생각과 마음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때 사람의 인지 능력을 근원적으로 제고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사랑의 마음’이다.

“사랑은 3단계를 거쳐 이룩됩니다. 1단계는 자신뿐 아니라 상대와 세상을 좋게 만들겠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고, 2단계는 끈기와 정성을 갖고 진정 상대를 위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며 3단계는 이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죠. 이 사랑의 힘이 중요한 이유는 ‘모으고 끌어당기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교수는 창발 경영이 막연히 운에 의해 좌우되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고 말한다. 체계화할 수 있고 학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뜻과 비전을 세우고(1단계), 생존과 반복 그리고 실패와의 동거를 통해 때를 기다리며(2단계), 절실함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고(3단계), 기회라고 판단되면 재빨리 진입해 가치를 창출한다(4단계)는 것이다.

“곰은 용감하지는 않지만 두려움은 없다고 합니다. 인간이 되겠다는 뜻을 세우고, 절실한 마음으로 쑥과 마늘만 먹으며, 목표를 초과달성해 인간이 된 웅녀의 DNA를 다시 한번 생각했으면 합니다.”

글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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