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모독도 권리" vs "새 증오의 물결 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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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신성모독에 대한 법은 없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프랑스의 마뉘엘 발스 총리의 13일(현지시간) 의회 발언이다. 신성모독이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는 의미다. 그는 “반유대주의·인종주의 등 범죄와 자유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했다. 샤를리 에브도 식 풍자에 대한 지지였다. 의원들은 큰 박수로 동의했다.

 최신호에서도 선지자 마호메트에 대한 풍자를 이어간 샤를리 에브도도 “신성모독도 권리”(샤를리 에브도 측 변호사)란 입장을 견지했다. 이날 제작진 기자회견에서 만평가 뤼즈는 “미안하다. 이번에도 마호메트를 그렸다. 우리가 그린 그는 그저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남자”라며 “그를 봐라. (극단주의자들이) 낙인찍은 것보다 훨씬 동정적이지 않은가”라고 했다. 자신이 그린 마호메트가 눈물을 흘리며 ‘나는 샤를리다’란 팻말을 들고 있는 표지 만평에 대한 해설이었다. 그는 이날 눈물을 흘리며 “나는 (이번 테러로 희생된) 샤를리고 경찰이고 유대인이며 무슬림이며 또 무신론자”란 말도 했다.

 이 같은 프랑스적 ‘전통’에 대해 여타 서구 언론들은 좀 다르게 반응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와 영국의 가디언 등은 만평을 게재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특정 종교를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다”며 게재하지 않았다. NYT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란 칼럼에서 “샤를리가 표현의 자유를 위한 순교자처럼 찬양되고 있지만 그 잡지에 실렸던 풍자만화는 증오 표현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이슬람 국가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란 외무부 마르지에 아프캄 대변인은 “(샤를리 에브도의 표지는) 무슬림을 자극하고 이들에게 상처를 준다”며 “극단주의가 활개 치는 악순환에 빠지게 만든다”고 비난했다. 이집트의 이슬람 기구인 다르 알이프타는 “ 새로운 증오의 물결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예멘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는 14일 샤를리 에브도 테러가 알카에다 최고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의 명령에 따른 것이라 주장했다. 테러범인 쿠아치 형제는 AQAP 소속을 자처했으나 AQAP가 이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AQAP는 이날 공개한 영상에서 “알자와히리의 명령 하에 AQAP가 테러 대상을 골랐으며 자금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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