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팔아도 주가는 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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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한국 증시를 쥐락펴락 해왔던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력이 최근 급격히 약해지고 있다.

3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2~30일 외국인 투자자는 거래소에서 7일 연속 순매도(총 7888억원)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는 1200선을 돌파하며 2.03% 올랐다. '외국인이 사면 주가가 오르고, 외국인이 팔면 내린다'는 그간의 정설을 뒤집은 것이다. 27일에는 외국인이 28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으나 지수는 30.53포인트나 급등했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 매매 동향과 지수 상승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날은 단 이틀(22일, 30일) 뿐이었다. 지수가 본격적인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한 8월30일 이후 한 달간 외국인 매매와 지수의 방향이 같았던 날은 9일(39%)에 불과했다.

이 같은 흐름은 과거와는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3월 3~30일 외국인 투자자들이 20일간 연속 순매도에 나서면서 1000을 넘어섰던 지수를 955선으로 끌어내렸다. 당시 20일 동안 지수가 하락한 날은 13일(65%)로 외국인 매도가 곧바로 지수 하락으로 이어졌다.

외국인 투자자가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정체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9월 말 외국인 투자자는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전체 주식의 41.4%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의 주식 보유 비중은 2000년 26.9%이던 것이 이듬해 32.1%로 급증한 뒤 2002년(32.7%) 증가세가 다소 주춤했으나 2003년 37.6%, 2004년 40.1%로 늘어왔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외국인의 누적 순매수가 1500여 억원에 그쳤지만 적립식 펀드 인기 등으로 투신권은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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