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보다는 용기있는 어린이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월말고사 산수 성적이 형펀없어서 홧김에 산수숙제를 4페이지나 내준적이 있다.
그련데 민이만은 숙제를 해오지 않았다.
능력이 없어서 하지 않은것도 아닌데 괘씸한 생각이 들어서 복도로 쫓아내어 무릎을 꿇게했다
수업을 한참 하다보니 화가 좀 풀리기에 민이한테 다가갔다.
『반장인 네가 숙제를 안해오다니 말이 되나 왜 숙제를 안했지?』
『선생님께서 내주신 숙제는 제가 모두 할수있는 문제였어요. 아는걸 하자니 재미가 없었어요. 그래서 위인전기를 읽었어요.』 민이는 약간 흥분해 있었다.
『아까는 미안했다. 네 말을 들어보지도 않고 복도까지 쫓아냈으니』
『선생님 말씀을 거역한 건 정말 잘못했어요. 그러나 아는걸 몇번이고 곱씹어 한다는건 시간낭비 같았어요』
민이의 말이 옳다. 무작정 담임의 지시에 따르는 아이들이 바보처럼 생각이 들도록 민이가 대견스럽다.
언제부터 이런 용기가 민이에게 있었단 말인가. 여태 담임의 지시대로 따르는 아이들만 칭찬해준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담임의 비위에 맞추어 꼭둑각시처럼 공부하는 아이들이 뭐가 그토록 대견해서 칭찬을 해주었단 말인가.
담임의 꾸중같은건 겁내지 않고 민이 나름대로의 능력을 알아서 행동한 것이 얼마나 바람직한 일인가 그리고 자기의 소신을 떳떳이 얘기할 수 있는 그 용기를 높이 사고싶다.
담임의 꾸중이 무서위서 그 귀중한 시간을 허비했다면 얼마나 바보스러운가.
비록 매를 맞거나 벌을 받게 되고, 미움을 사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을 위하여 위인전을 읽은 민이는 마땅히 칭찬을 받아야한다. 이런 민이를 둔 민이네 부모님이 부럽기까지 하다.
민이의 성적이 좋은 까닭을 비로소 알수 있었다.
민이같은 아이들을 우린 꾸지람만 해오지 않았던가, 많은 반성을 해본다. 이진호<서울 신용산국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