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부동산 투기… 해외근로자 일할 맛 잃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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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최성진<싱가포르 푸랄부콤에서>
수많은 해외 취업자의 한사람으로서 고국에서 날아오는 신문을 보노라면 기막힐 때가 많다.
우리취업자들은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그렇게 많은 돈을 벌지 못한다.
개인별 차이는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월 50만 원을 밑도는 수입이다.
이 돈을 벌기 위해 정든 고국산천, 사랑하는 처자식을 등지고 무더운 열대지방에서 1년 내내 구슬땀을 흘리는 고행의 길을 스스로 택한 것이다.
우리 집 없는 서민들은 그 수입으로 언제 내 집을 장만해야하는지 아득하기만 하다.
아이들 머리는 자꾸 커 가는데 언제나 남의 집 셋방을 면할 것인가.
자고 나면 1백만 원이 오르고 1년 사이에 1천만 원 2천만 원이 오르는데 내집 마련은 하층 사회에서 주어진 일에 열심인 집 없는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일 수밖에….
1백만 원을 벌려면 두 달 동안 열대의 뜨거운 뙤약볕에서 극기를 해야하는데 순수입 1백만 원을 벌려면 5∼6개월을 바둥거려야 하는데….
물가안정이 서서히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부동산투기는 뿌리 뽑을 수 없는가.
철없는 아이들은 가난한 부모에게 우리도 [집주인] 노릇 좀 하자고 아우성친다. 이 심장을 찢어놓을 일이 있나.
자기 돈 가지고 자기 재산 불리기 위해 투자하는 것 말릴 사람 없다. 하지만 투자가 과열되다보니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격으로 집 없는 서민들만 골탕을 먹고 있으니 문제다.
자기 앞에 주어진 작은 이익을 위해서 타인을 생각지 않는 풍조가 개탄스럽다.
강력한 단속, 강력한 조치를 하는데 무엇이 강력한 단속이고 조치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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