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감각 빼어나 초장의 감성 맑고 종장의 처리도 일품|『자갈치 아줌마』…강렬한 생의 의지·일상의 어려움 잘묘사

시조의 구조를 볼때 음의 충, 의미의 층,대상의 층, 도식적 표현의 충들이 그 구성 요소를 이루며 이들의 조화가 한편의 시조를 이룬다.
시조는 그 형식적 표현면에서 종장이 클라이맥스를 이루는것으로 이해하는바가 일반적 견해이기도 하다.
점진적으로 전개되던 시상이나 정서가 그 음률과 더불어 가락의 급전적 변화를 일으키면서 시상의 심화와 고양된 정서적 상황을 보임과 동시에 조화적 완결성을 보이는 곳이 바로 종장이다.
각장중 어느 구절이나 중요한 기능을 갖지않은 장이없지만 시조의 총채적 완성과 묘미를 갖는장인만큼 시인의 의도(주제)가 최종적으로 성취되는 결장이기도 하다.
이는 어디까지나 일반적 견해이며 초장이나 중장에 주제를 집약하고 이를 구체적 혹은 조화적 표현으로 종장이 이뤄진 좋은 시조들도 있음을 밝혀두며 종장의 관점에 몇편의 작품을골라보았다.
『목욕탕에서』는 자아의식을 바탕으로 그 시상이 전개되고 있으며 언어에대한 섬세한 면은 보이지 않으나 시정신과 사실적 표현이 공감을 얻고있다. 종장은 충분히 주제를 완결시켰다하겠다.
『봄』은 감각이 뛰어난 작품이다.
봄의 한 경치가 문경적으로 펼쳐진 시조로서 초장의 감성도 아주 맑고 투명하며, 종장 또한 시상을 잘 형상화하고있다.
『입시의 길』은 재수생의 심정을 노래한 것으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인고에찬 생활을 잘 표현하고 있으며 『노청소부』는 어떤 대상을 객관적으로 그리면서 애정어린 눈으로 의미를 부여하고있다. 그러나 종장 <한 생건 비 한자루가 슬플 비로 보이더라>는 중의적 표현을 꾀한듯하나 긴밀성을 잃고있다.
『자갈치 아줌마』는 강렬한 생의 의지와 일상의 초라하고 어려움이 적절한 비유와 묘사로 한여성의 생활상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섬』은 실제 사물 (게)의 표상을 각자의 고난과 비유하면서 자신이 찾는 섬으로 상징되고 있다. 어느정도 내면의 형상화에 노력을 보인 시조라 하겠다.
현대 시·시조는 관조적 세제나 자연적 서정보다 사실적 인생(사물)의 표현이 더욱 감동적이며, 시조의 종강은 형식 및 의미 구조상 가장 중요한 완결의 결구(장)임을 잘인식해야할것이다. 김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