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들 힘내요! 전방 찾아가 토크 콘서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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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낙회 전 제일기획 사장은 전방부대 장병을 위한 토크 콘서트 ‘생동감’을 기획했다. 그는 “장병들이 너무 즐거워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2013년 연말께 일이었다. 그해 초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김낙회(64) 전 제일기획 사장은 “찌들었던 삶과 건방기를 디톡싱(해독·解毒)하겠다”며 300여 권을 독서하는 여유를 만끽하던 무렵이었다. 그런데도 “늘 뭔가 아쉬웠다”며 “‘2014년 새해엔 보람있는 일을 반드시 하자’고 결심했다”고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사회봉사와 저술이었다.

 김 전 사장은 지난해 전방부대를 찾아가는 토크 콘서트 ‘생동감’을 기획했다. 게스트들의 강연에 공연을 가미한 형식이었다. ‘우정의 무대’와 같이 장병의 어머니가 깜짝 면회를 오는 코너도 있었다. 김 전 사장이 직접 기획서를 쓰고 출연자들을 섭외했다. 5개 사단에서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그가 전방부대를 봉사활동 대상으로 삼은 건 남다른 군복무 경험 때문이다. 김 전 사장은 서강대에 다니던 1971년 10월 15일 전국에 위수령이 내려진 뒤 군에 강제징집됐다. 당시 3사단 백골부대에 최열 환경재단 대표, 김진원 SBS 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와 함께 배치됐다. 그는 자신의 군생활을 “철책선 근무를 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던 시절”로 추억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전방부대 장병들은 예전의 나처럼 인생과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전방부대 장병들은 외롭고 소외됐다고들 생각한다. 토크 콘서트가 그들을 놔두고 왜 후방의 젊은이들만 찾아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김 전 사장은 책을 쓴 이유에 대해선 “지금까지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고’할까 ‘스톱’할까 갈등했던 순간, 나 자신에게 던지고 답했던 내용을 인생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생각들을 정리한 게 지난해 12월 나온 『결단이 필요한 순간: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다. 그는 이 책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단은 없다. 최고(最高)의 차선(次善)을 골라야 한다”고 썼다. “결단이 어려운 건 평소 원칙을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소신이 뚜렷하면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 원칙 중 하나를 “자존심을 버리고 자부심을 지키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면 을(乙)의 위치라도 주눅 들지 않고 갑(甲) 앞에서 당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일기획 첫 공채 출신 사장을 지낸 김 전 사장은 현역시절 ‘고향의 맛’ 다시다와 ‘쇼를 해라 쇼’ KT 쇼 광고를 제작했다. 스스로를 CIO(Chief Idea Officer·최고 아이디어 경영자)로 불렀고, 직원들의 직급을 ‘프로’로 통일했다. 격의 없는 소통을 위해서였다.

 그는 “삼성그룹 계열사의 최고경영자였다고 하지만, 난 평생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삼성에 들어가 보니 정말 똑똑한 사람이 많았다”며 “능력이 모자란 내가 남들과 같이 하면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매일 새벽 2시간 이상의 공부를 거르지 않았다고 한다.

 김 전 사장은 “요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다시 읽는다. 예전엔 보고서와 전공서적만 찾았는데, 나이가 드니 고전의 가치를 알게 됐다”며 “고전은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조를 하려면 고전을 꼭 읽어라”고 주문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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