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의장 심경 토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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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의 초청으로 베이징을 방문 중인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이 "지금 여권은 기본적으로 신뢰의 위기"라며 절박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22일 밤 숙소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기자 간담회를 했다.

문 의장은 "추석 민심을 들으니 대통령.여당을 욕하는 것이 마치 유행병 같더라"며 "(여권이) 조금이라도 잘했다고 하면 당장 왕따 당하는 분위기"라고 말을 이었다. 그는 "쓰나미가 몰려올 때는 바짝 엎드려 있어야 하고, 까불다간 다 휩쓸려 간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 국민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신뢰 회복은 '반짝 쇼'나 '도깨비 방망이'로 되지 않고, 하나씩 차근차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당 지지도 하락 등과 관련, 당내 일각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론을 꺼내는 데 대해선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쓰나미 때 저 혼자 살려고 대통령 비판에 동참하는 것은 비겁한 짓이고 최악"이란 것이다.

노 대통령이 정기국회 동안 연정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더도 덜도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주장했다. '꼼수'가 없다는 얘기다. 여당 의장으로서의 정국 구상에 대한 질문에도 "무책이 상책"이라며 "태풍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노 대통령의 기본 생각은 한 번도 달라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안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구제 개편 등의 어젠다를 계속 추진할 것이란 얘기다. 문 의장은 '노 대통령이 다음엔 어떤 구상을 들고 나올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내가 생각하는 것은 있지만, 그걸 밝히면 또 '소설'이 된다"며 입을 닫았다.

?후진타오 "당분간 방북 계획 없다"=문 의장은 23일 오후 중국 인민대회당으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예방했다. 문 의장은 "6자회담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 직접 방북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후 주석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나를 초청했고, 이를 수락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가까운 시일 내에 방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문 의장이 "동아시아의 다자간 안보.협력체제 구상은 없느냐"고 묻자 후 주석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며 연구.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후 주석은 오는 11월 방한할 예정이다.

베이징=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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