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대책이 비정규직 늘릴 우려" 최경환 정책에 브레이크 건 이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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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5일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지난해 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표했다. 새해 들어 당정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전개되는 모습이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비정규직의 계약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것은 위험하다. 자칫 비정규직을 더욱 늘려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경우 비정규직이 2000만 명까지 불어나면서 젊은 층의 소득이 줄어 경제가 망가졌고, ‘잃어버린 20년’의 근본 원인이 됐다”며 “우리도 벌써 비정규직이 600만 명이다. 일본을 따라가면 안 되는데 지금 정부 정책은 과연 비정규직을 줄이겠다는 것인지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원내대표는 “비정규직 문제는 정부의 대대적인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정규직이 늘어나면) 개별 기업 입장에서 인건비 부담이 커져 불리할 수 있지만 국가경제 차원에선 소득이 늘어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비정규직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건 확실한 개인 소신”이라고도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여당의 원내사령탑인 데다 최근 차기 총리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인사다. 그런 그가 정부 경제정책의 사령탑인 최 부총리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브레이크를 건 것은 여러모로 심상찮다. 이 원내대표의 반발엔 무엇보다 당정 협의가 부족했다는 불만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의 고위 관계자는 “비정규직 계약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내용과 관련해 당정 간 회의가 한 번도 없었다. 왜 그런 중요한 내용을 정부가 우리에겐 사전에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채 발표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정 간 이런 불협화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에도 정부가 공무원연금뿐 아니라 사학·군인 연금까지 한꺼번에 손대겠다고 발표했다가 새누리당의 항의를 받고 뒤늦게 백지화한 사례가 있다.

 비정규직 대책에 대해 당내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에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이 돌고 있다. 정책 라인의 한 경제통 의원은 “정부의 ‘2년→4년’ 방안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장 시절부터 줄기차게 주장했던 내용”이라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과도기적 조치라는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젊은 층은 정규직 전환 기간이 두 배로 늘어났다고 볼 것이기 때문에 반발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 대책에 대해 노동계가 성토하고 있고, 재계도 썩 내켜 하는 입장이 아니어서 이대로는 입법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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