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치레많은 결혼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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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요즘 연이어 집안의 결혼식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올망졸망하던 집안조카들이 어느 사이 쭉 자라 결혼적령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곧게 뻗어올라간 무성한 전나무숲의 나무하나하나 처럼 너도 나도 대견하게 자란 그들을 보며 새삼 감회에 젖는다.
이제 부모의 품을 떠나 의젓이 독립된 개체로서 스스로의 삶을 준비하는 엄숙한 그들의 결혼식에 기쁜 마음으로 참석하고 하지만 돌아울때의 마음은 인재나 씁쓰레한 기분이 되곤한다.
결혼식장에서 나오는 화재들은 오래 예단을 얼마나 있느니 패물을 얼마나 받았느니 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애기는 서빈층보다는 부유층일수록 더한것 같다.
일종의 자위인지는 모르지만 인생에 있어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활철학을 가진 우리 서민층에겐 「가정의례준clr」이 큰 위안이 된다.
「가정의례법」대로 따른다는 명분이 있으니 무엇을 적게해도 그렇게 체면이 깎이지 않아 좋은것이다.
옛날에는 예단을 허술히 해갔다가 일생동안 고추보다 더매운 시집살이속에서 오금박혀 살았다지만 요즘이야어디 그런가!
예쁜딸 고이길러 공부시켜 예의범절 가르쳐 남의 집에 보내는것은 서운하기 그지 없다.
그런데도 현시적인 소비에 혈안이 된듯 정도를 벗어나 바리바리 실어보내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니 한심하기 그지 없다.
내딸에게 무슨 허물이 있는것이 아닌바에야 당당해야지 왜 그렇게 극성들인지 모르겠다.
예단의 부피와 중량이 크고 무거울수록 오히려 내딸쪽에 무슨 허물이 있다는 것을 광고하는 꼴이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싶다.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렸어도 제 처신에 따라 얼마든지 잘 살아가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호화찬란한 겉치레 보다 어떤 어려움에 부딪쳐도 꿋꿋이 이겨나가는 투지를 길러준 뒤에 여유가 있다면 경제적인 약간의 도움으로 밀거름은 뿌려주는게 부모들의 현명한 처사이며 깊은 사랑이 아닐까. <부산시동래구사직동158의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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