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일본, 3년 만에 한을 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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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예선결승 하이라이트>
○ . 미조카미 도모치카(일본)● . 오야 고이치(일본)

▶ 장면 1

▶ 장면 2

▶ 참고도

지난 2년간 삼성화재배 예선전에 121명이 출전했으나 전멸의 치욕을 기록한 일본 바둑이다. 그러나 61명이 건너온 올해 이변(?)이 일어났다. D조와 J조에서 일본 기사끼리 결승에 나란히 올라 두 장의 본선 티켓을 확보한 것이다.

D조의 우승후보는 단연 중국의 강자 왕위후이(王煜輝) 7단. 그런데 준결승에서 왕위후이는 일본의 신예 오야 고이치(大矢浩一) 9단에게 반집 차로 꺾였다. 승리한 오야 9단은 흥분하여 펄쩍펄쩍 뛰었다. 또 한 명의 결승 진출자인 미조카미 도모치카(溝上知親) 7단은 이미 몇 차례 한국의 권갑룡도장에 다녀갔다. 도장의 연수회에 함께 참가해 혹독한 실전수련을 했고 그 바람에 '한국류'에도 익숙해졌다.

<장면1>=흑의 오야 9단이 39로 쑥 들어왔다. 흑?의 준동과 함께 백△에 대한 공격을 노리는 날카로운 침투다. 미조카미 7단은 40으로 가볍게 모자를 씌웠고 흑은 즉각 41로 움직였다. 하지만 백은 곱게 넘겨주지 않고 42로 힘차게 뻗는다.

흑의 가슴이 갑자기 답답해졌다. 백40이 일본 미학의 체취를 보여주는 멋진 감각의 한 수라면 42는 실전적 한국류의 강인한 힘을 보여준다.

<장면2>=칼을 뽑은 이상 43 뚫고 45 끊어야 한다. 그러나 백은 무너질 듯 무너질 듯 하면서도 교묘하게 모두 연결되고 있다. 흑은 크게 칼을 휘둘렀지만 허공만 그었다. 백은 52, 54로 우측에 두 수나 가일수하고도 좌변을 끄떡없이 살려내고 있다. 이 대목은 모양 좋은 일본 바둑의 진수를 보여준다.

수순 중 46이 중요한 수. 이 수로 '참고도'처럼 단수하는 것은 흑2로 넘어 응수가 없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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