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포기 합의 이후] "경수로 먼저 줄 가능성 120%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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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 타결 하루 만에 들고 나온'선(先) 경수로 후(後) 핵 포기 '주장에 경악하는 분위기다. 미 당국자들은 북한의 주장이 공동성명에 담긴 '선 핵 포기 후 경수로' 정신에 어긋난다고 일축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9일 "공동성명에서'적절한 시점에 경수로 문제를 논의한다'는 것은 북한의 핵 폐기와 NPT 복귀, IAEA 안전조치 이행 등이 먼저 이뤄진 후에 논의한다는 의미"라며 "이 순서를 다른 나라들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은 6자회담에서 그들이 서명한 합의 내용과 다른 것"이라며 "우리는 앞으로 몇 주간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베이징에서 "경수로 제공 문제를 논의하겠지만 그 시점은 북한이 NPT에 복귀하고 IAEA 안전조치를 이행할 때"라고 못박았다.

워싱턴의 북한 전문가들도 '경수로 제공 불가'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발비나 황 헤리티지재단 수석연구원은 "공동선언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이 경수로 항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하기 전에 미국이 경수로를 제공할 가능성은 120% 없다"며 "이 점은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부시 행정부는 '경수로(Light Water Reactor)'의'L'자(字)조차 공동성명에 담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를 고집할 경우 6자회담 결렬 책임을 뒤집어쓸 것 같아 가장 느슨한 수준으로 경수로 문안을 넣는 데 합의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선 경수로' 주장을 고집할 경우 이 문제는 참가국들을 두고두고 괴롭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맨스필드 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연구원도 "공동성명이 북한의 핵 포기는 명확하게, 경수로 논의는 모호하게 표현하고 있다"며 북한이 이를 이용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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