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협상 쉽지 않은 중남미·아세안 등 '준 FTA'우선체결 추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전략이 '선 시장교두보 확보, 후 개방 폭 확대' 방식으로 유연하게 바뀐다.

4일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에 따르면 최근 FTA 협상을 추진 중인 일부 국가들과 시장개방 부담이 많은 FTA 대신 양국 간의 경제협력을 강조한 전략적 경제보완협정(SECA),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중남미 등에서의 시장거점 확보를 위해 협상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FTA보다 교역자유화 수준이 다소 낮은 경제동반자협정(EPA) 등을 우선 체결하는 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기존의 FTA 방식 협상에서도 상품.서비스 분야를 분리해 따로 협상하거나 일부 민감한 품목을 제외한 뒤 단계적으로 개방 폭을 확대하는 방식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 이는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FTA 협상 과정에서 완전한 시장 개방에만 주력하지 않고 상대국의 사정을 고려하면서 우리 상품의 진출을 최대한 확대하는 전략을 함께 구사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에 따라 멕시코와는 FTA 대신 단계적으로 상품 관세 철폐를 확대하면서 경제.기술협력 등을 촉진하는 SECA를 체결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3일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 최대한 이른 시기에 SECA를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43개국과 FTA를 맺은 멕시코에서 FTA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면서 한국과의 FTA를 꺼리자 이를 설득하기 위해 경제협력을 강조한 협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멕시코와 SECA를 먼저 체결한 뒤 이를 점차 FTA로 확대해 나가는 방식의 '우회적인 경제협력'을 추진하면서 중남미 시장의 진출 거점으로 적극 활용키로 했다.

최근 신흥시장국가로 떠오른 인도와는 내년 중에 FTA와 유사한 CEPA 협상을 시작한다는 목표로 현재 양국 정부 간 공동연구가 진행 중이다.

정부는 인도와 투자.경제협력 등 양국 간 경제적 유대관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전자상거래.의약 등 7개 분야의 협력사업을 중심으로 한 CEPA 체결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현재 상품.서비스 분야를 분리해 FTA 협상이 진행 중인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는 상품 분야에서의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뤄 29일 라오스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경제장관회의에서 상품 분야의 협상 타결을 선언할 예정이다. 정부는 아세안 회원국마다 시장 개방 수준이 다른 점을 감안, 상품분야 협상을 먼저 마친 뒤 내년부터 서비스 분야의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홍병기 기자

*** 멕시코와는 SECA(전략적 경제보완협정)

◆ SECA(Strategic Economic Complementation Agreement)=상품과 서비스 시장을 일괄적으로 모두 개방하는 FTA보다 다소 낮은 수준에서 시작해 자유화 대상(관세 철폐) 품목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면서 과학기술.인력 협력 등을 동시에 추진하는 새로운 개념의 경제 협정.

*** 인도와는 CEPA(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 CEPA(Comprehensive Economic Partenership Agreement)=중국이 홍콩과 맺으면서 널리 알려진 유사 FTA 개념으로 상품.서비스시장 개방보다 투자 증진, 경제.산업 협력 등 상호 간 폭넓은 경제적 유대관계에 중심을 둔 경제교류 협정.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