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잘못 가리는 참된 야당으로…"|재선된 국민당 김종철총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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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찍부터 예상된 대로 국민당은 3일 전당대회에서 김종철총재를 다시 추대했다. 창당 후 2년간 당 외 총재로서 외롭게 당을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아온 김 총재는 다시 2년 임기의 총재에 취임하면서 무엇보다「자기희생」과「책임감」으로 당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재선을 축하드립니다. 우선 소감부터 들려주시죠.
『취임사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그동안 당원과 국민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 것 같아 송구스런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다만 앞으로 당 내외에서 중첩된 어려움이 지속되리란 점을 감안할 때 어떠한 자기 희생이라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책임감으로 총재직을 수임할 뿐입니다]

<자기희생 감수 각오>
-앞으로 당을 어떻게 이끌 계획이신 지요.
『앞으로의 2년은 국민당의 사활이 걸린 2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85년 선거를 앞두고 국민당은 보다 활발해져야하고 더 분명해져야 합니다. 시시비비를 가려 참된 야당으로서의 진면목을 보일 작정입니다. 혹자는 국민당이 다음 선거에서 지금의 의석이나마 확보 할 수 있겠느냐고 걱정하기도 합니다만 두고 보십시오. 절대로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겁니다]
김 총재는 그러면서 현재는 20석이지만 오는 85년 선거에선 50석을 차지할 테니 두고 보라고 했다.

<집권을 못하면 야당>
-「공화당의 계승」이란 당 성격은 앞으로도 마찬가지일까요.
『우리 당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땅에서 솟아난 것도 아닌 만큼, 인적 구성면에서 공화당을 잇고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읍니다.
그렇다고 해서 공화당의 모든 것을 그대로 계승한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공화당정부가 표방했던「조국근대화와 민족중흥」의 과업은 어떠한 역경이나 조건 속에서도 중단되어서는 안될 역사적 소명이라는 점에서 우리 당은 이러한 소명을 분명히 계승한다고 다시 한번 말하고 싶습니다.』
-일부에서는 국민당을 야당으로보다는 아직도 준 여당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만….
『우스운 얘깁니다. 과거에 야당 했다고 해서 야당이고, 과거에 여당을 했다고 해서 준 여당이라는 것은 상식부족입니다. 집권을 못하면 여당이 야당 되게 마련 아닙니까. 우리는 집권을 하고있지 않으니 분명히 야당이죠.』
-국민당의 야당으로서의 노력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났다고 보십니까.
『야당을 한다고 해서 강경·온건 어느 하나가 획일적으로 선택 될 수는 없습니다. 이유 있는 강경, 이유 있는 온건, 그것은 모두 분명한 이유가 있을 때 국민의 참다운 지지를 받게 마련입니다.
가령 정부의 지나친 권력집중이나 중앙정부 비대는 옳지 않다 해서「간소한 정부」를 주장했고 대안도 내놓았습니다. 또 주권자인 국민이 모든 것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제도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선거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당이나 국회운영만 하더라도 여당이 필요이상으로 비대한데 비해 야당은 생존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영양실조에 걸리게 하는 차별은 민주주의의 장래를 위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합니다]

<여 비대, 야 영양실조>
-국민당은 해금이후를 어떻게 대처할 생각이십니까.
『함께 정치를 하다가 궤도에서 튕겨 나간 규제자들 편에 같이 서고 싶다는 생각은 그전부터 해봤습니다. 이제 그들이 풀린다면 대문을 활짝 열어 맞을 생각입니다]
-당에 대한 소속의원들의 애착이 적어 보인다는 말도 많은데요.
『야당이 된 탓에 당에서 혜택을 못 주고, 그래서 자연히 당을 외면하고 귀속감을 갖지 못하는 현상이 팽배해있음을 나 자신 지난 2년간 좋은 경험으로 갖게 됐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그런 기분에서 탈각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같이 타고 가는 배가 난파되면 모두가 함께 죽는다는 공동운명체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당원의식을 망각하고 개인 플레이나 하는 동지가 있다면 이제는 당을 위해 용인할 수도 없고 그런 사람이 당에 남아 있을 수도 없습니다』많이 달라질 겁니다 이 대목에서 김 총재의 음성이 한 옥타브 높아간다.『당직만 하더라도 의정활동을 위해 의욕을 갖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분수를 넘는 욕심이 받아들여 질 수는 없어요. 당을 위해 몸바치기보다는 당에 맡겨놓은 것이나 있는 것처럼 요구만 해서는 당이 살아 남을 수 없읍니다.』
충청도 특유의 느긋한 어투지만 김 총재의 외유내강한 면모를 엿보이게 하는 몇 마디가 담겨있다.
『앞으로 2년 동안 국민당은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지금의 국민당이 앞으로의 국민당이 될 수 없습니다. 나, 우유부단하지 않습니다. 두고보세요.』
얼마 전 64회 생일을 맞은 나이답지 않게 강한 어조로 자르듯이 김 총재는 말을 맺었다. <유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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