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질병도 남녀 치료법 달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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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여성을 생물학적으로 남성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오류 때문에 치료가 부적절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의료현장에선 적지 않습니다. 여성의 질병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우선 모든 장기에서 남녀간 생물학적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남녀의 성(性)차이를 의학연구와 진료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성인지의학'(Gender Specific Medicine)의 창시자인 메리앤 리가토(70.컬럼비아 의대)교수는 자신의 연구 분야에 대해 이렇게 서두를 꺼냈다. 그는 "여성과 남성은 평상시 신체 상태 뿐만 아니라 질병 발생 비율과 증상 등에서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고 설명했다.

예컨대 수면 중에도 여성은 맥박이 남성보다 빠르며 협심증.심근경색증 등을 앓을 때 전형적인 증상인 흉통(胸痛:가슴의 통증) 없이 속쓰림만을 호소하는 경우도 20%나 된다는 것. 리가토 교수는 "이런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채 심장병 치료제 대신 제산제(위장약) 등을 처방했던 여성환자가 귀가 후 사망하는 경우가 미국에서도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심장내과 의사였던 그가 성인지의학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1991년. 심장병으로 사망한 어머니를 둔 기자로부터 '여성의 심장'이란 책의 집필을 권유받은 후부터다.

그는 "앞으로 남녀간 성 차이를 구분하고 이를 토대로 환자를 치료하면 여성 건강에 획기적인 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리가토 교수의 이번 방한은 이화여대 의대 성인지의학연구센터가 창립기념을 맞아 초청함으로써 이뤄졌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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